[사설]방통심의위원이 제기한 기구 존립 가치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이 블로그에 한 남성의 성기 사진을 올려 인터넷이 들끓었다. 지난 14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음란정보’로 의결해 삭제 조치한 사진을 심의위원이 따로 게재했으니 소동이 일어날 만했다. 방통심의위가 오늘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박 위원 블로그에 오른 사진의 삭제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었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박 위원은 “(이 사진이) 어떻게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고, 누구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지 궁금하다”며 “(방통심의위가) 성행위에 진입하지 않은, 그리고 성행위에 관한 서사에 포함되지 않은 성기 이미지 자체를 음란물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블로그에 밝혔다. 방통심의위의 판단이 ‘자의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방통심의위 같은 기구가 “일일이 표현물이 옳으냐 그르냐, 사회적으로 적합하냐를 묻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표현의 자유는 모든 표현의 자유이지, 사회적으로 좋은 표현을 할 자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의 파격적 행위는 방통심의위 존립 가치를 뒤흔들었다. ‘방통심의위가 마땅한 심의기구인지’를 물은 것이다. 행위의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방송통신 심의체계를 다시 고민할 때가 왔다. ‘자의적 통신심의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방통심의위가 지난해에만 4만5758건을 심의해 4만1103건에 시정 조치(89.8%)를 했다. 심의할 게시물을 비정규직 모니터링 요원 30여명이 찾아냈다. 이를 심의위원 9명이 제대로 심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심의 대상을 찾는 것부터 의결까지 ‘졸속과 정치적 편향 우려’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심의 행위의 위헌성 시비까지 고개를 든 바에야 더 머뭇거릴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