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척수성 근육위축증과 싸우는 김성훈 군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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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는 어느 소년의 꿈이 온라인 노래경연을 통해 이뤄졌다.

 태어날 때부터 척수성 근육위축증을 앓고 있는 김성훈(17)군의 꿈은 빅뱅이나 비스트같은 멋진 아이돌 스타가 되는 것이다. 온 몸의 근육이 굳어가는 병의 특성상 누워서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조차 버겁지만, 음악은 또 하나의 삶이 됐다.

 베트남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김성훈 군은 한국인 할아버지와 베트남인 할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어머니를 뒀다. 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준 것은 텔레비전 방송이었고, 노래를 불러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준 것은 한 대의 컴퓨터였다. 그는 서바이벌 오디션인 슈퍼스타K 시즌1,2에 모두 참여했다. 혼자서는 머리조차 가눌 수 없었지만, 한 번도 포기란 단어를 떠올린 적은 없었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것도 쉽지 않지만, 누워서라도 부를 수 있다면 참여하고 싶었어요.”

 이번 시즌3에는 오프라인 예선 참가 기회를 놓쳤다. 대신 7월 초 넷마블에서 진행한 ‘슈퍼스타K 온라인’ 특별 예선에 참여했다.

 노트북과 마이크를 연결해 노래를 녹음했다. 손가락으로 자판을 누를 힘은 없지만, 터치패드를 조종해 화상 키보드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했다. 노래방 게임형식으로 만들어진 대회 홈페이지에 영상도 직접 올렸다. 그가 부른 엠씨몽의 노래는 3000명 이상이 조회하며 1차 예선을 통과했다. 댓글로 나타난 사람들의 반응도 신기하고 즐거웠다. 악성 댓글조차 ‘관심의 일부’라며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2009년에는 20일 동안 먹지도 못하고 아팠던 적이 있어요. 더 건강해지고 싶다, 걷고 싶다는 생각보다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만 있어도 기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당시 김성훈 군은 ‘거위의 꿈’을 들으며 희망을 얻었다. 2차 예선에선 떨어졌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연예기획사나 방송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오디션에도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개발됐다는 신약 덕분에 병의 진행도 늦춰졌다며 음악작업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내지만 호흡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폐활량을 늘리는 연습도 했다.

 “작곡을 가르쳐줄 수 있는 음악 선생님이 있다면 좋겠어요. 내 머릿속의 멜로디들을 악보로 옮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김성훈 군은 지드래곤처럼 스스로 곡을 쓰고 부르는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누워서 직접 만든 ‘I can do it’이란 노래를 불러주었다. 직접 쓴 노랫말은 ‘불가능은 없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돌파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제가 음악을 통해 감동받는 것처럼,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고 용기와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무엇이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꼭 이뤄진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는 누워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먼저였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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