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대처, 기업은 만반의 준비…정부는 원칙론만

금융위기 대처, 기업은 만반의 준비…정부는 원칙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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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재정 악화가 ‘제2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난 2008년 ‘월가 파산’으로 인한 금융위기 때 수출로 난국을 뚫었던 기업들이 이번에도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된다.

 정부 당국은 “2008년과는 다르다” “호흡을 길게 갖고 가야한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재료나 부품을 수입해 쓰는 수출 중소기업의 제조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기업들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 SK그룹은 ‘환TF’를 구성, 대외변수에 대비하고 있다. 그룹 매출 절반이 원유 등 원자재 구입과 관련된 만큼, 대외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별도 현금 보유 확대 등 아직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주력 계열사가 대부분 현금 흐름이 좋은 회사이기 때문에 별도 대안을 마련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미국 금융위기와 마찬가지로 유럽 금융위기에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SK경제경영연구소 등을 통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LG그룹도 아직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지만, 각 계열사별로 급변하는 경제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삼성그룹도 유럽 매출 비중이 20%가 넘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그리스는 물론 유럽 재정위기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직접 피해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현금유보율도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선제적 방어에 나선 모습”이라며 “불확실한 미래에 최악의 상황까지 경영 시나리오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견뎌낼 수 있다”만 반복= 지난달까지 106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이 추석 직후 1100원을 훌쩍 넘겼다. 수출경쟁력을 갖춘 제품의 원가 중 40~50%를 수입 해 쓰는 우리 경제구조로선 큰 부담이다. 실제로 지난 7월 63억 달러를 웃돌던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달 5억 달러선에 겨우 턱걸이 했다. 앞으로 유럽시장 수요가 급감하고, 원가가 올라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무역흑자 기조 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5일 외부 행사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건전성이 튼튼하고 충분한 통화정책 여력을 갖추고 있어 위기에 대해 더욱 유연한 정책대응이 가능하다”며 “충분히 견뎌 나갈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도 정부는 당장 구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이겠다는 내용은 내놓지 않았다. 시나리오별 대응과 단계별 수위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미래 불확실성에 잔뜩 움츠리는 모습이다. 김석동 위원장은 “유로존 문제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고, 결국 올해 4분기나 내년 초에 이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기범·박창규기자 kbhong@etnews.com

 

 표/최근 5개월 우리나라 주요 경제 지표

 (단위:억달러, 원)

 자료:관세청·한국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