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한정현 고려대 컴퓨터통신공학부 교수

[이사람] 한정현 고려대 컴퓨터통신공학부 교수

 “게임 산업계에 꼭 필요한 교과서가 됐으면 합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게임 실무 경험과 컴퓨터공학 이론을 결합한 영문 교과서가 발간돼 화제다.

 게임을 다룬 영문 교과서를 펴낸 주인공은 한정현 고려대 컴퓨터통신공학부 교수(48). 한 교수는 지난 1년간 연구학기 기간 중 학생에게 필요한 게임 이론과 산업계 요구를 반영한 원서 ‘3D Graphics for Game Programming’를 발간했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마지막 강의’로 유명한 랜디 포시 카네기멜론대 교수가 설립한 학과에서 이 교과서를 이용해 저자 직강을 하기도 했다. 영문판은 미국 CRC 프레스에서 출간됐으며, 요즘도 아마존 등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교과서는 몇 주 전 우리말 번역서인 ‘게임 프로그래밍을 위한 3차원 그래픽스’로 재출간됐다. 소위 해외에서 이뤄진 산학협력의 결과물이 다양하게 재상품화 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에는 한 교수가 지난 1년간 카네기멜론대학교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센터(ETC)에서 보낸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ETC는 고 랜디 포쉬 교수가 설립한 콘텐츠 전문 석사학위 과정으로, 4학기 중 3학기가 실무형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그는 “국내 전산 및 컴퓨터 학과 교수가 영문으로 책을 집필한 것은 두 번째고 교과서로는 처음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 교수는 지난 2008년 카네기멜론대학교에 고려대와 넥슨이 공동으로 참여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권준모 당시 넥슨 대표, 최규남 게임산업진흥원장 등과 함께 우수 게임인력에게 카네기멜론에서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한 게임업체에 취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이다.

 한 교수는 “학교와 기업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운영되는 게 아쉬웠다”며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콘텐츠 위주로 책을 구성했다”고 영문 교과서의 특징을 소개했다.

 그는 “뜬구름 잡는 책을 지양하고, 개발 경험과 이론을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공부한 학생을 즉각 투입이 가능할 정도”라고 장점을 소개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교 및 교수의 연구 역량이 대단히 뛰어나다”며 “하지만 다소 이론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기업과 학교의 간극이 크다는 것이다.

 게임에 관한 한 우리나라 기업 개발력 및 학계 연구력이 상당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특정 분야에서 우리나라 대학 연구능력이 미국 보다 뛰어나다”며 “카네기멜론 프로젝트를 지켜보면 우리나라 대학생이 더 나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해외 유수 기업 및 학교의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포스트 아이폰’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아이폰 등장 이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과 국내 소프트웨어 역량 취약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며 “적극적인 산학협력을 통해 애플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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