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이그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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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10월 초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110년째를 맞는 올해도 스웨덴 현지 시각 3일 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과 화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문학상이 차례로 영광의 주인공을 찾는다. 사람들은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주역을 선정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노벨상을 기억한다.

 노벨상보다 며칠 앞서 ‘이그노벨(Ig Nobel)상’ 수상자가 뽑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올해는 30일 열린다. 이그노벨상은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노벨상을 풍자해 만든 상이다. ‘고귀한’이란 뜻인 ‘noble’의 반대말로 ‘비열한’ 혹은 ‘야비한’을 의미하는 ‘ignoble’의 음을 따서 지었다.

 지난 1991년 시작한 이그노벨상은 평화와 사회학, 물리학, 문학, 생물학 등 10개 분야에 수여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는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고정관념을 깨는 이색 연구에 상을 수여한다.

 예를 들어 작년 평화상은 맹세가 고통을 덜어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영국 킬대학 연구팀이 받았다. 화학상은 심해에서 기름과 물이 섞일 수 있다는 실험에 성공한 MIT 연구팀이 수상했다.

 이그노벨상은 쓸 데 없는 연구에 주는 우스꽝스러운 상이라고 여겨지지만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연도별 수상자 연구는 매우 기발하며 풍자를 담았다. 때로는 의미심장하다.

 이그노벨상 산파 격인 마크 에이브러햄스는 이를 “다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되는 업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세상에는 이그노벨상을 받은 연구를 매우 훌륭한 업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며 “좋고 나쁜 판단은 전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혁명이 가져온 교훈은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이다. 소프트파워는 남들과 다른 발상에서 출발한다. 천편일률적 사고로는 제조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과학기술계에서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다수 나오는 유쾌한 상상을 해본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