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u시티, 시장이 먼저다

[데스크라인] u시티, 시장이 먼저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는 어디일까.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호주 멜버른을 꼽았다. EIU는 2002년부터 세계 140개 도시를 비교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매년 발표한다. 올해도 지난달 순위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서울은 58위를 기록했다. 다른 아시아 도시보다 뒤졌다. 도쿄 18위, 홍콩 31위, 싱가포르가 51위에 각각 랭크됐다.

 EIU가 살기 좋은 도시로 삼는 기준은 5가지다. 안전성(25%)·문화 및 환경(25%)·의료서비스(20%)·사회 인프라(20%)·교육(10%)이다. EIU 기준들은 IT와 결합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예컨대 지능형 CCTV를 도입하면 도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CCTV 덕분에 강력사건을 해결했다는 뉴스를 종종 듣는다. 공해 문제 역시 환경IT를 도입하면 크게 줄일 수 있다. 의료서비스도 IT와 만나면 삶의 질을 높인다. 국내 일부 지자체는 이미 IT를 활용해 독거노인을 돌보는 u케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유명 대학 강의도 IT인프라만 잘 갖춰 있으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우리 IT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훨씬 좋은 EIU 점수를 얻을 것이다.

 며칠 전 인천 송도에서는 첨단 IT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u시티 행사가 열렸다. 참가한 강사들은 첨단 기술이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스코는 토론토·홀리요크 등 세계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IT를 통한 도시 경쟁력 향상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시스코 같은 글로벌 IT기업이 도시를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가 늘고 인구가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60억 넘는 세계 인구 중 절반이 도시에 거주한다. 30년 후에는 도시 거주 인구가 60억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시화로 인한 인구밀집은 교통·범죄·공해 같은 사회문제를 낳는다. 이는 IT업체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다. 도시 상징인 랜드마크와 초고층 인텔리전트 빌딩은 벌써 글로벌 IT기업 간 격전장으로 변했다. 이런 와중에 우리 IT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2003년부터 IT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u시티 사업을 세계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다. 2009년엔 특별법도 만들었다. 그런데 세계 u시티 시장을 이끌 플레이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시장은 오랫동안 침체해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1조원이 넘는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u시티 핵심 기술 개발과 표준 및 인증 마련에 나서고 있다. u시티월드포럼도 최근 결성했다.

 포럼도, 표준도, 인증도 좋다. 하지만 시장을 먼저 살려야 한다. 시장과 기업이 없는 표준과 인증은 공허하다. 오히려 규제만 더 강해질 뿐이다. 무엇보다 먼저 정부는 침체된 u시티 시장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방은주 경인취재팀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