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 과학기술인력 양성과 미래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이 지난 19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열렸다. 오성배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인재과장이 `과학기술인력 양성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이 지난 19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열렸다. 오성배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인재과장이 `과학기술인력 양성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사회 -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문위원

 ■주제발표

 -오성배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인재양성과장

 ■패널

 -권장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인재양성단장

 -이수정 이포넷 사장

 -전윤호 SK플래닛 기술원장

 

 소프트웨어(SW) 분야의 우수인력 확보가 국내 IT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9일 저녁 서울 삼정호텔에서 ‘과학기술인력 양성과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에서 전문가들은 SW분야 인력 확보문제가 시급한 당면 과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SW산업이 열악해 우수 인력이 SW분야를 기피하고 있으며 시장변화에 맞지 않는 대학 교육과정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오재인 단국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SW분야에 젊은 학생들이 오지 않는 것은 밤낮, 주말 없이 일하는 선배들을 보기 때문”이라며 “금전적 대우보다 SW산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대우받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SW발주 구매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문숙 이지넷소프트 대표는 “최근 SW개발에 필요한 기본소양을 갖추고 입사하는 개발자를 보기 어렵다”며 “정부에서 벤처나 창업을 권장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검증되고 잠재성이 큰 개발자를 집중 지원하면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모 회사에서 SW 개발자에게 초봉 4000만원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우수인력 확보는 돈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정석용 동양미래대학 소프트웨어정보과 교수는 “SW업체에서 4년제 졸업생을 채용하기 힘들고, 채용 후 교육을 받은 뒤에는 다른 회사로 가버리는 게 현실”이라며 “학생 수준이 조금 낮더라도 충성도 있는 인력을 데려다 양성하려는 분위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보수가 많은 자리보다 NHN과 같은 유명기업의 계약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SW분야의 좋은 일자리 만들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현 MS법무정책실 부장은 “국내에서 SW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 분야에 뛰어들 젊은이는 없다”며 “제값을 주고 사야 할 SW를 그냥 복제해 써버리는 상황에서 개발자의 심정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 과기분야 인력양성 정책에 대한 지적과 제언도 이어졌다.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는 “당장 어떤 분야 인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정부가 대대적 인력양성에 나선다면 장기적으로 실업자를 만드는 꼴밖에 안 된다”며 “과학기술에 대한 일자리 역시 물리, 바이오 등 세부 분야로 나눠 수요를 예측하고 양성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의 부실한 점도 토론 대상에 올랐다.

 유승삼 아모텍 부회장은 “대학에서는 SW관련 실험이나 개발 툴 교육이 없는 것 같다”며 “시대변화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반면에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SW분야 인력확보가 어렵다지만 의대를 포기하고 SW학과로 오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며 “대학과 기업이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노력하면 우수인력 확보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주제발표: 과학기술 인력양성과 미래

 오성배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인재양성과장

 정부는 창의적 인재확보와 융·복합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국가적 어젠다로 떠올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범부처 차원에서 ‘제2차 과학기술 인재 양성·지원 기본계획(2011∼2015)’을 마련했다. 이 계획은 10개 부·청이 함께 수립했으며 교과부에서 전체 사업의 70% 정도를 담당한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과학기술 인재 가운데서도 창조적인 파괴자가 경제 발전을 견인한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창조적 파괴자가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등이다. 이들 같은 1%의 인재가 나머지를 먹여 살린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한국 미래사회에는 지식서비스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25%에서 2040년 40%로 급증할 전망이다. 녹색, 친환경 등 새로운 유망 직업군이 출현한다. 특히 오는 2018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 생산가능인구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졸업자 수를 넘어선다.

 이 같은 전망을 토대로 국내 이공분야 인력양성 실태를 보면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

 2009년 조사자료에 따르면 이공계 전공자 302만명 가운데 이공계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92만명으로 30.5%에 불과하다. 대학 졸업자 가운데 이공계 비율은 OECD 회원국 대상 조사 결과 한국(36.9%), 일본(24.1%), 미국(14.7%) 순으로 한국이 높다. 하지만 노동인구 1000명당 박사 수는 한국이 3.5명으로 미국(8.6명), 스위스(22.8명), 독일(12.0명)보다 적다. 과학기술 분야 일자리 비중도 한국은 18.6%로 미국(32.3%), EU(30.0%)보다 크게 낮다.

 중요한 것은 미래 과기인력의 인식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결과 과학 흥미도가 낮았다. 수학과 과학이 쉽다고 응답한 중학생은 각각 36.2%, 34.4%였다. 2006년 OECD 조사에서는 한국의 과학에 대한 일반적인 흥미가 57개국 가운데 55위를 차지했다.

 대학은 미래산업과 지역 수요 대응이 부족하며, 대학원생의 학업몰입 여건도 미흡하다. 박사과정 운영 4년제 대학 비중이 한국은 83.2%인 반면에 미국은 12.3%에 불과하다.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정부는 창의적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중점 과제를 마련했다.

 중점 과제는 △초·중등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흥미와 잠재력 제고 △대학(원)에서 교육의 특성화 및 연구 역량 강화 △출연연에서 보유자원을 활용한 교육 참여와 연구몰입 환경 조성 △기업에서 현장중심 인력 양성 기여 확대 △인프라에서 잠재인력 활용과 정책 기반 강화 등이다.

 이를 통해 초일류 대학교 세 곳을 포함, 연구중심대학 10개를 육성하고, 과학에 대한 흥미도를 세계 하위권에서 중위권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학·과학과 예술 교육을 연계, 올해부터 과학예술영재학교 선정을 추진 중이다. 올해 교과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2012∼2013년에 교과서를 개발해 검정하고, 2014년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학생의 첨단과학기술 체험·탐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첨단기기와 장비를 활용한 ‘미래형 과학교실(스마트 클래스)’도 운영할 방침이다.

 정부는 학부생에서 국가과학자에 이르는 학업과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장학금·연구비 지원 제도도 시행하기로 했다. 지역대학 특성화를 통한 지역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수요 대응력 제고와 연구 잘하는 기업 육성을 위해 기업의 교육기부 활동도 촉진할 방침이다.

 

 ■패널토의

 -권장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인재양성단장

 그동안 하드웨어 산업이 한국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앞으로는 SW가 이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수인력이 SW분야를 기피한다고 얘기하지만 고무적인 일도 있다. 일부 대학에서 SW학과를 만들었고, 의대를 포기하고 SW 관련학과로 오는 학생도 있다. 이런 모습이 앞으로 우리에게 많은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SW관련 학과가 많이 생기고 우수한 SW인력양성을 위해서는 산업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원 사업을 할 때나 대학교육에서도 SW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정부는 중공업 부문에 재원을 많이 투자했다. 하드웨어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우리가 과거에 했던 재원과 에너지를 SW쪽으로 집중할 때다. 이것만 이뤄지면 우수인력 집중되고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

 지경부도 최근 SW관련 예산을 많이 늘리고 있다. 하지만 지경부 재원 규모는 작다. 교과부에서 지경부와 같이 SW분야에 파격적 정책을 펼쳐주기 바란다. SW우수 인력 양성이 대표적이다.

 교과부에서 초중등 수학·과학교사 전문성 강화 프로그램 준비 중인데 수학과 과학 외에 문제해결이나 알고리즘 등에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등학교에서도 이를 가르치는 교사들 나왔으면 좋겠다. 관련 교과목도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이 같은 인물을 배출하려면 초·중등 시절부터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

 대학에서는 자율성이 담보된 인력양성 교육이 필요하다. 인력양성 사업에서 정부는 사업을 플랫폼화하고 기업이나 대학이 그 위에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대학 상황은 잘 가르칠 상황이 아니다. 현재 교원들은 업적평가나 재임용을 위해 논문 중심의 실적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부분이 변화해야 한다.

 

 -이수정 이포넷 사장

 IT분야 이공계 기피현상은 특별히 중소기업에서 심각하다. 실제로 피부로 많이 접한다. 일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처리할 인력이 문제다.

 SW인력양성 문제는 사실 간단하다. 우선 이공계 분야로 고등학생들이 많이 오면 된다.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이공계로 진출하면 된다. 종사하면서 만족하고 기술을 축적하면 된다. 그런데 이 같은 선순환이 잘 안 된다.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갈 수만 있다면 의대를 가려 한다. 이공계는 안 간다. 의대진학을 못해 이공계를 가는 꼴이다. 우수한 학생이 이공계로 진로를 잡도록 하려면 선발을 잘하고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공계로 갈 수 있는 문을 열어야 한다. 정부는 입학사정관 제도로 잠재력 있는 아이들을 선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입학사정관을 통해 좋은 대학에 가려면 내신이 좋아야 한다. 실제로 카이스트 등에는 영재교육원이 있고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것이 대학가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영재교육원보다는 수학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올림피아드 같은 행사도 요즘은 축소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 인력과 관련해 정부 지원책이 있다. 인턴제 등을 통해 자사도 세 명을 채용했다. 인턴이 끝난 후 이들을 근무하게 하려고 면담을 했는데 실패했다. 세 명 모두 학점을 따기 위해 중소기업에 인턴으로 왔지만 결국 취업을 안 했다.

 우수한 인력을 IT업계에 남게 하려면 대우가 좋아야 한다. SW제값 받기가 정착돼야 하며, 정부가 SW를 무상배포 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IT산업의 분위기가 좋으면 인력은 남게 된다. 누가 봐도 가고 싶고, 보람되고, 대우 좋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인력 문제와 관련, 여성 인력을 채용한 회사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 여성인력의 경우 임산·출산 휴가 시 정부가 100만원을 보조해주지만 나머지 기회비용은 업체가 다 부담한다. 사회적 고통분담 차원에서 여성인력을 봐야지 여성인력의 처우 등만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IT업계가 건강하게 돈을 벌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여성인력도 이를 고용하는 기업에게 지원을 해 줘야 한다.

 

 -전윤호 SK플래닛 기술원장

 SW분야에서 좋은 인력 구하기는 정말 힘든 상황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신문 등에 광고를 해도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

 이유를 살펴보면 고생하는 데 비해 돈을 못 벌고 노후 보장이 안 된다는 것 때문이다.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기는 힘들다.

 국내 SW와 서비스 산업은 아직 글로벌화가 안 돼 있다. 엔지니어 일인당 생산성이 낮아 부실한 처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제 IT 산업을 글로벌화 해 더 넓은 시장을 상대로 성과를 내야 한다. 글로벌화가 잘된 하드웨어, 자동차, 콘텐츠 등이 대표적 사례다.

 중요한 것은 이들 분야는 모두 정부가 보호해 줬다. 어떤 산업이든 스스로 성장하기 힘들다. 그동안 SW분야는 정부 지원이 많지 않았다. 불법 SW 유통도 방치했다.

 교육 분야도 중요하다. 이공계 인력수준이 높아야 하는데 대학 갓 졸업한 사람을 현업에 투입하기 힘들 정도다. 지금은 더 기술의 범위가 넓어지고 어려워졌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도 진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프로그램 안 바뀌었다. 간단한 프로그래밍, 인터넷 브라우저 등 기초적인 개념교육이라도 대학에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수 대학일수록 연구 논문 중심으로 평가를 받다보니 우수 인력을 양성해야 할 대학 교수가 논문한편을 더 쓰는 데 신경을 쓴다.

 반면에 의학 쪽은 굉장히 실무적이다. 대학 부설 병원은 최고의 권위가 있는데 여기에서 인턴이나 레지던트는 이론보다는 현장에서 트레이닝을 강하게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현업에서 환자를 볼 수 있다. SW분야도 이론보다는 현장교육의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

 정부출연연이 과거에는 국가 주요 기술을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지금은 출연연이 학교와 기업 사이의 공백을 다소 채워줄 수 있다. 학교에서 수행하기 힘든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출연연이 가진 리소스를 통해 이 부분에 경험을 가진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