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SW 생태계, 희망의 불씨를 피우자

 【ET단상】SW 생태계, 희망의 불씨를 피우자

 이경일 KM&ECM 협의회장 tony@saltlux.com

 

 아이폰 출시와 구글의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 등을 계기로 소프트웨어(SW)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 자서전이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1∼2위를 다투는 전자 기업은 앞다퉈 SW 강화 전략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막상 SW를 개발하는 후배를 바라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SW에 관한 한 꿈과 희망이 없고 이민만이 해답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하는 그들에게 현재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리라.

 지난 10년간 정말 많은 사람이 SW 생태계에 대해 얘기해 왔다. 어떤 분의 동물원 비유처럼, 현재 국내 SW 생태계는 잘 길들여지고 무기력감에 빠진 가축농장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거대한 초원을 힘껏 뛰어 다니며 세상 끝까지 가보고 싶은 젊은이에게 더 이상 큰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개발자가 없냐고, 왜 우리나라 개발자는 근성과 창의성이 없냐고 질문을 한다. 잘못된 질문이다. 어떻게 해야 훌륭한 인재가 개발자가 돼 행복하고 자긍심 가득할 수 있을지 물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꺼져가는 생태계에 희망의 불씨를 피워야 한다. 고통스럽더라도 상처를 도려내는 혁신적 결단이 필요하며 불굴의 실천이 절실하다. 이 순간 우리에게 ‘대인배’ 대한민국 정부가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시장의 정의를 지켜주어야 한다.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자유 시장 경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며, 건강한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정의가 지켜지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모든 참여자의 양보와 결심도 필요할 것이다. 진정한 상생은 신뢰의 회복에서 시작됨을 명심하자.

 둘째, 정부는 좋은 구매자가 돼야 한다. SW에 대한 큰 오해 중 하나는, 창의력만 있으면 하루 만에 뚝딱하고 멋진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폰의 iOS 뿌리는 3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 정부는 DARPA를 통해 막대한 지원을 해 왔고, 상용 제품을 제값에 구매하는 가장 큰 구매자였다. 아이폰 4S에 들어간 시리(Siri) 또한 미 정부가 SRI인터내셔널을 통해 40년 동안 투자 및 구매를 통해 발전시킨 인공지능 기술의 산물이다.

 미국은 완성도가 부족한 첨단 기술의 가장 중요한 수요자가 되어 왔으며, 이를 통해 혁신적 SW 기업에 근본적 경쟁력을 가질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우리 정부도 R&D 분야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코 좋은 구매자는 아니었다. 통합 발주를 통한 소프트웨어 헐값 구매, 최소 1~2년의 무상 유지보수뿐 아니라 열악한 유지보수 대가, 절대 실패한 적이 없는 공공 프로젝트 등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우울한 현실이다.

 정말 속상한 점은 외산 제품은 제값 다 주고 구매하고 국내 제품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유지보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국내 산업을 서서히 죽이는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

 개발센터 찬 바닥에서 밤샘하는 많은 개발자의 울부짖음을 들었음일까. 정부가 건강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겠고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번 믿어보고 힘껏 격려하며 진정한 공생의 마음으로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 할 것 없이 힘을 합쳐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

 정부는 SW 생태계 전체에 활기를 불어 넣는 비전을 제시하고, 모든 당사자와 가슴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 모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나서야 한다. 더 늦어지면 이젠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부디 이번 기회를 잘 살려 우리 후배들과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