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상업성 댓글 · 리뷰

멍드는 모바일 오픈 마켓

 지난 3월 스마트폰 교통정보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은 중소기업 A사. 이 회사 박 모 사장은 앱의 성능에는 대기업에서 내놓은 경쟁 제품과 비교해도 자신이 있었지만 마케팅 여력이 부족했다. 믿을 수 있는 건 사용자의 입소문과 앱 평가밖에 없었다.

 줄곧 애플 앱스토어에서 평균 별점 4개 이상을 받으며 순항하던 중, 지난 추석 무렵부터 갑자기 1.5개 정도로 평점이 추락했다. 한 달에 100개 안팎이던 앱 평가가 300~400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별로다’ ‘구매 목록에서 삭제해 달라’는 부정적 내용이 주류였다. 앱 순위도 뒤로 밀리면서 내려받기 횟수가 크게 줄었다. 경쟁 제품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이 한창 새로운 서비스로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때였다.

 박 사장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던 중, 부정적인 리뷰를 올린 사용자가 경쟁 제품에는 긍정적 평가를 해놓은 걸 발견했다”며 “그래도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기업에서 금품이나 현물을 협찬받아 일반 소비자를 현혹하던 ‘상업 블로거’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지만 앱 평가나 댓글, SNS 등 많은 부분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경품을 제시하며 해당 제품 홍보를 하게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전문 마케팅 기업들이 돈을 받고 경쟁사 제품에 일부러 안좋은 평가를 퍼뜨리기도 한다.

 한 스마트폰 앱 개발사 사장은 “새로 내놓은 앱을 홍보할 방법이 없어 고심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블로그 마케팅’ 회사를 찾아갔더니, 한 달 600만원이면 앱 홍보와 함께 경쟁사 제품 끌어내리기까지 해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포털에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검색하면 이런 회사가 수백개가 나온다. 마케팅이라는 명목 하에 고의적인 악성 댓글·평가를 달지만 단속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이런 앱 평가나 댓글이 ‘상업 블로그’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점이다. 특히 스마트폰 앱의 경우 손쉽게 사용자의 리뷰를 볼 수 있도록 돼 있어,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악성 평가로 도배가 될 경우 구매를 꺼릴 수밖에 없다. 이는 자연스레 순위 하락으로 이어지고, 앱 장터 운영사에서 퇴출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직접 ‘앱찰청(앱스토어+경찰청)’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어 리뷰 조작 정도를 판단하고 있을 정도다. 앱찰청은 리뷰 작성자와 날짜, 별점을 조합해 조작 가능성을 평가한다. A사 리뷰 역시 ‘조작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최대 앱 장터 T스토어를 운영하는 SK플래닛 관계자는 “앱 리뷰는 SNS 미디어와 같은 특성이 있어서 운영사 측이 개입하는 것 자체가 원칙에 안 맞다”며 “제품 경쟁력이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고, 리뷰는 소비자 자정 작용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 자료>스마트폰 앱 개발사 A사가 겪은 일

2011년 3월:앱 출시2011년 3~8월:한 달 10만 내려받기 기록하며 순항/한 달 평균 리뷰 100여개·평점 4.0 이상2011년 9월:내려받기 수 5만개 미만으로 감소/한 달 리뷰 300~400개·평점 1.5→경쟁사가 새로운 서비스 내놓으며 마케팅 진행한 시기2011년 10월:내려받기 수 10만개 수준으로 회복/한 달 리뷰 100여개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