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말한다] 누리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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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또 차단됐어?!”

 직장인 윤모씨(35)는 인터넷에 접속했다 한숨을 내쉬었다. 즐겨 찾던 토렌트 사이트가 차단되고 파란 바탕의 경찰청 ‘불법 유해 정보 사이트 차단 안내’가 떴기 때문이다.

 한동안 즐겨 이용하며 최신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던 사이트였는데, 최근 이용자가 늘어난다 싶더니 결국 차단당한 것이다.

 줄여서 흔히 ‘토렌트’라 불리는 비트토렌트는 파일을 인터넷에 분산 저장해 두었다 필요할 때 여러 곳에서 파일 조각들을 동시에 다운로드받는 식으로 전송 속도를 높인 피어투피어(P2P) 기술 프로토콜이다.

 동시에 여러 사람의 PC에서 전체 파일의 일부 조각만을 따로 따로 받아 조합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파일을 주고 받아도 좀처럼 적발하기 어렵다.

 공짜 영화나 음란 동영상을 찾는 네티즌들이 웹하드에서 토렌트로 옮겨가는 이유다. 웹하드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저작권자와 계약을 통한 합법 사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저작권 침해 영화나 TV 프로그램, 게임 등을 싼 값에 구하려는 음지의 네티즌들이 토렌트로 본거지를 옮기고 있다. 윤씨는 “요새 누가 웹하드에 가냐?”며 “요즘 정말 재미있는 콘텐츠는 토렌트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웹하드등록제를 시행하고 웹하드에서의 저작권 침해를 강력히 단속하자, 네티즌들이 상대적으로 감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문제가 있는 토렌트 사이트를 발견할 때마다 경찰 및 방송통신위원회와 협력, 사이트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웹하드 등록제 문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올해 들어 토렌트 단속은 강화되고 있다.

 문화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과 검찰은 지난 4월 저작물을 불법 공유한 토렌트 사이트 70여곳을 적발한데 이어 7월에도 25개 불법 토렌트 사이트들을 폐쇄했다.

 불법 저작물 내려받기를 가능하게 해 주는 씨앗파일(Seed File) 공유를 주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들이 대상이었다. 이들 사이트는 개봉 전 영화나 최신 드라마 등 많게는 13만 개의 불법 씨앗파일을 회원들에게 무료 제공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는 사이트도 4개였다.

 지난달에도 토렌트 사이트 63개를 포함, 113개의 저작권 침해 사이트가 폐쇄됐다. 문화부 관계자는 “웹하드 등록제가 시행되면 ‘풍선 효과’로 토렌트를 통한 불법복제물 유통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이를 미리 통제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작물 불법 공유가 이뤄지는 토렌트 사이트에 대해 사실상 차단 외에 뾰족한 단속 방법이 없다는 점이 정부의 고민이다. 토렌트 사이트는 웹하드와는 달리 서버나 장비 투자 부담이 거의 없다. 사이트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며 치고 빠지는 ‘떳다방’식 토렌트 운영자들을 일일이 추적하기엔 힘이 딸린다.

 다만 토렌트가 사용 방법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워 웹하드만큼 사용자가 빠르게 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사용자들이 회원 가입해 로그인만 하면 되는 간편한 웹하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토렌트는 일부 전문적 애호층이나 학생 등 IT 활용에 능한 소수 사용자 중심의 문화로 머물 뿐, 사업적으로 대량 유통하기는 힘든 구조라는 설명이다. 토렌트 특성상 사용자 IP 주소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도 사용자를 움츠려들게 하는 요소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