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투자 증가율 둔화…올 5.9%→내년 3.9%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태국 홍수사태 여파로 주요 기업들의 IT 투자가 줄어들어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기술서비스, 서버·컴퓨터, 소프트웨어(SW)에 기업들의 투자가 축소돼 IT 투자 증가율이 올해 5.9%에서 내년 3.9%로 낮아질 것으로 21일(현지시각) 밝혔다.

 분야별로는 기술서비스(7.3→4.4%), 서버(11→5.8%), SW(8.7→7.4%) 투자 증가율이 각각 2.9%포인트(P), 5.2%P, 1.3%P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시애틀시 역시 IT 예산 6% 삭감을 고려 중이다. 생명보험사인 웨스턴 앤드 서던 파이낸셜그룹, 캘리포니아주 등도 내년 IT 투자를 줄이거나 올해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IT 투자 감소 경향은 컴퓨터칩업체 인텔, SW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 기술서비스업체 IBM, 네트워크장비업체 시스코 등이 힘겨운 한 해를 보낼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리처드 고든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외부에 비관주의가 너무 만연해 있어 IT기업에 힘든 환경이 될 것”이라며 “MS와 IBM 같은 기업의 내년 판매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주요 기업의 내년 매출 증가율 예상치를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로 어둡다. IBM은 올해의 절반 수준인 3%, MS는 올해 12%에 못 미치는 7%, 오라클은 올해 33%에서 뚝 떨어지는 8%, 인텔은 올해 예상치 26%에 크게 못 미치는 6%로 전망됐다.

 반면에 VM웨어 등 가상화 기술 관련 업체는 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모건스탠리는 데이터센터 효율화에 기여하는 가상화 SW업체인 VM웨어를 비롯해 비용 절감에 기여하는 SW를 판매하는 시트릭스시스템스, SAP 등은 기업들의 투자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유럽의 신용위기가 급증한데다 최근 태국에서 발생한 홍수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공급에 타격을 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내년 1분기 PC 출하량이 13.4%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팻 베커 주니어 베커캐피털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는 “내년에 IT 투자를 늘릴 계획인 기업들도 보통 수준을 선호한다”며 “지금 세계는 자동차사고를 겪은 이후에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IT 시장 전망 (단위:%)

자료:가트너

 기업 매출 증가율 전망(단위:%)

자료:블룸버그 *MS와 오라클은 자사 회계연도 기준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