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회를 찾아간 넥슨

 올해만큼 게임산업이 울고 웃은 한 해는 없을 것 같다. 엔씨소프트가 제9구단으로 프로야구단을 창단했고, 유례없는 규제정책 ‘셧다운제’가 시작됐다. 콘텐츠 수출 절반 이상을 담당하며 대표적 ‘한류 상품’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자본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국내시장에 진입했다.

 가장 큰 사건이 넥슨의 일본 증시 상장이다. 넥슨이 14일 일본 도쿄거래소에서 첫 거래를 시작했다. 시가총액 8조원이라는 규모다. 증시 상장을 통해 넥슨은 ‘게임강국’ 일본 내에서도 세 번째로 큰 게임사로 자리 잡았다. 일본법인 중심으로 기업구조를 재편하던 당시부터 예상됐던 행보가 마침내 첫 걸음을 뗐다.

 짐 콜린스의 경영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는 “최고의 인재는 어려운 문제가 있는 곳이 아니라 최고의 기회가 있는 곳에 두어라”는 구절이 있다.

 1조원 매출에 근접한 넥슨의 일본행을 두고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기회의 땅’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 쪽에서는 수출산업으로 치켜세우며 대통령상·장관상을 수여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중독 및 사행산업 딱지에 각종 규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만화, 애니메이션 등 국내에서 멸시와 천대를 받다 못해 뿌리부터 흔들린 산업도 일본은 달랐다. ‘망가’ ‘아니메’로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만들었고, 미 헐리우드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게임화가 가능한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 곳이 일본이다. 아케이드, 콘솔, PC, 온라인, 모바일까지 아우르면서 세계에서 가장 크고 다양한 게임 시장도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음악시장도 일본이다.

 넥슨도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이르다. 공모가 1300엔으로 시작한 초반 거래는 시초가를 밑돌았다. 보수적인 일본 증시 분위기가 반영된 셈이다. 최근 한 달간 넥슨의 상장에 국내 기업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과거 나스닥에 직상장했던 게임사들의 흥망성쇠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대는 더욱 절실하다. 시장과의 싸움은 이제부터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