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통합플랫폼 합작사 설립 초읽기

 한국판 ‘훌루’ 서비스를 위한 지상파방송 합작사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6일 업계에 따르면 MBC·SBS는 이르면 이번 주 중 50:50 지분을 투자해 합작사 설립을 발표하고 통합 플랫폼을 운영할 계획이다. KBS는 지분 투자는 하지 않고 콘텐츠 공급만 협의 중이다.

 합작사에서는 ‘푹(pooq)’ ‘고릴라’ ‘K플레이어’로 나뉘어 있던 N스크린 서비스를 한데 모아 공동으로 송출한다. 대상기기는 PC·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인터넷망을 이용해 서비스 가능한 기기다. 스마트TV에도 연합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은 (케이블TV·IPTV 등 유료방송에) 도매만 해왔는데 직접 시청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며 “수익 차원보다는 보편적 지상파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는 취지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푹에서 광고와 함께 무료로 제공하던 실시간 방송 서비스도 유료 가입자 기반으로 전환한다. 가입자가 늘면서 콘텐츠 전송망(CDN) 사용 비용이 증가해 광고 기반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K플레이어와 푹 최대 동시접속자수는 각각 6만명씩이다. HD 해상도로 초당 1Mb로 송출한다면 1인당 트래픽양은 약 0.9MB(500kbps 송출 시 0.45MB)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와 합하면 CDN 비용만 한 달 수억원대다.

 

 ◇뉴스의 눈

 합작사 설립은 콘텐츠를 지상파 방송사가 시청자와 직거래하는 형태로 변화시킨다.

 광고 수익에만 의존하던 매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케이블TV·위성방송·IPTV가 중계 역할을 하던 유통 구조에서 유료방송사업자를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콘텐츠 영향력에 버금가는 유료방송 플랫폼도 갖춘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통합 플랫폼이 가입자 수를 늘려갈수록 TV수상기는 물론이고 PC·모바일 방송에서도 유료방송에 빼앗긴 지상파 플랫폼 영향력을 되찾아 올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상파 방송사는 위성방송·케이블TV와 재송신 대가 분쟁을 벌여왔지만 쉽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유료방송 사업자의 플랫폼 장악력 때문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국내 시청자 지상파 이용시간은 하루 평균 163.3분이다.

 다른 매체(2위 인터넷 98.8분)를 압도하지만 정작 시청가구 90%는 케이블TV·위성방송·IPTV에 가입해 지상파 방송을 보고 있다. 지상파는 광고 수익에 의존해왔지만 종합편성채널 출범에 따라 광고 시장 파이가 줄어들자 새 먹거리 찾기에 부심하던 상태다.

 마침 2012년 말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 송출이 종료되고 전면 디지털화되면 전파 굴절률이 좋아 직접 수신 가능 지역이 늘어난다. 지상파 관계자는 “(통합 N스크린 서비스가 시작되면) 집에서는 안테나로 TV를 시청하고 밖에서는 모바일기기로 지상파를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4세대(G) 이동통신(LTE)망이 구축되고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를 끊김 없이 전송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적기를 맞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새해부터 스마트TV 보급률이 증가한다는 점도 지상파에게는 기회다. 스마트TV에서는 지상파 난시청 지역에서도 다른 유료방송에 가입할 필요 없이 시청자가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바로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다.

 지상파가 가입자 시장에 본격 진출함에 따라 올해 방송 산업에서 시청자 영업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SBS는 올해부터 경쟁 상품 CJ헬로비전 ‘티빙(tving)’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 요금제도 티빙보다 저렴하게 출시할 계획이다. 방송 업계에서는 가입자 300만명 이상이면 시장 지배력을 갖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국내 N스크린 서비스 업계에 다양한 합종연횡도 예상된다. 이미 콘텐츠를 가진 사업자와 방송·통신 플랫폼·망 사업자,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등이 합작을 준비하고 있다. N스크린 서비스와 유·무선 통신망 서비스를 묶어 파는 결합 상품도 조만간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