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부담금법, 사실상 폐기된 법안 슬그머니 "재검토"

교육과학기술부가 사실상 폐기를 눈 앞에 두고 있던 법안인 게임부담금안을 재검토하면서 졸속·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게임중독을 지목해 각종 규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게임사 매출의 1%를 일괄 갹출하는 내용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게임부담금법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이 법은 18대 국회가 끝나는 상반기까지 상정되지 않는 한 사실상 폐기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현재 게임 관련 부담금법은 지난해 각각 이정선 한나라당 의원과 김을동 미래희망연대 대표 발의로 2건이 국회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이다. 두 법은 모두 게임중독 사전 예방조치와 사후 관리를 위해 원인제공자인 게임사에 재원 마련 책임을 물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선 부담금 추징을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및 문화체육관광부 협의와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업계가 이미 게임문화재단에서 자율적으로 90억원 상당 기금을 조성하고 전국에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를 설립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입법 당시에도 각각 청소년보호법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발의, 정부 부처 간 힘겨루기 양상을 재현하는 것으로 비춰져 강한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4월 총선을 눈앞에 둔 시기라 정상적으로 국회를 통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정선 의원실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정부 규제에 여론도 좋지 않고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나 진전된 논의도 없다”라고 전했다.

여성가족부 측도 부담금 제도보다는 사전 예방 조치 강화로 선회했다. 강제적 셧다운제를 3개월간 시행한 결과 대상 게임 83%가 정상적으로 제도를 이행하고 있으며 문화부와 협조해 예방 사업 실효성을 높여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강제 기금 등 일괄 규제에 반대하며 게임과몰입 종합 예방·치료 대책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교육부가 학교폭력 대책으로 게임을 비롯해 문화산업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규제안을 연일 검토하자 이에 대한 반발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게임 및 만화 등 문화산업과 청소년 문제 간 연관성이 불분명한 가운데 법적 최소 규제 원칙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이하 `문산연`)도 정부가 학교폭력 원인을 만화, UCC, 게임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며 반대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미 강제적·선택적 셧다운제로 이중 규제가 시행 중인 가운데 또 다른 규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문화말살정책이라는 입장이다.

문산연 측은 “학교폭력 원인은 학생 인권신장에 대한 관심 부족과 교사와 학생 간 대화 단절, 과도한 입시 교육에 있다”면서 “정책 실패를 오로지 문화산업에만 전가해 책임을 면피하려는 태도는 적반하장”이라고 반발했다.

최관호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은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상관관계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단편적 처방보다는 사회 전반이 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와 대안 마련에 중점을 두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