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인터넷 심의 위헌 아니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은 또 다시 쟁점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게시물 심의·삭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는 2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정보를 심의하고 시정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법은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에 필요한 사항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 요구`를 방심위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건전한 통신윤리` 개념이 추상적이지만 변화가 빠르고 광범위한 정보통신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망법) 44조 7항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쟁점과 논란=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방심위 요구에 따라 자신의 `쓰레기 시멘트` 관련 글을 포털이 삭제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작년 방심위의 인터넷 심의 직무를 규정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위헌 제청했다. 심의 대상 조항이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행정기관의 자의적 판단이 가능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다.

헌법재판소는 “망법 등 관련 조항을 종합하면 불건전정보를 예측할 수 있고, 인터넷 정보의 확장성을 생각할 때 통신윤리 함양이라는 공익보호 필요성은 크다”고 판단했다.

주요 신문의 광고 불매 독려글 삭제에 반발해 제기된 위헌 소송에도 방심위 손을 들어줬다. `범죄나 교사 등의 의미가 명확하고 인터넷 특성상 불법 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판단이다.

두 사안 모두 8명 재판관 의견이 5 대 3으로 갈려 결정 과정이 수월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반대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은 “표현의 자유 규제는 더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며 “현행 방심위 관련 조항은 아무런 명확한 규정 없이 행정기관이 포괄적인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며 반발했다.

◇표현의 자유 범위는=지난해 말부터 헌법재판소 판결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무게를 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의해 SNS를 통한 사전선거운동을 규제한 데 대해 한정위헌 판결을 내렸다.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선거법이 막는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번 판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터넷 심의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선거 등 정치적 의사표현의 중요성이 크고 규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경우 규제를 완화하되, 정보 확산이 빠른 인터넷 피해를 규제하는 수단은 확보해야 한다는 고민으로 풀이된다.

◇판결 영향과 전망=헌법재판소의 이날 판결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활동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008년 발족한 방심위는 인터넷뿐 아니라 만화·SNS·앱 등의 규제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특히 지난해 SNS 등 뉴미디어 심의를 강행하면서 시민사회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달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폭력적 성향의 웹툰이 학교 폭력을 조장한다며 중점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이 판결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재현될 전망이다. 정부가 인터넷 또는 SNS상의 표현을 심의하고 삭제하는 데 정당성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포털 관계자는 “포털은 그간 관련법을 준수하며 방심위 심의 및 시정요구를 존중해 왔다”며 “다만 소수 의견에서 지적된 바대로 표현의 자유 제약은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므로 위헌 시비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정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21조 4호 관련 헌재 의견

"방심위 인터넷 심의 위헌 아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