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논단] IT의 20대 공동창업 vs 30대 단독창업

[월요 논단] IT의 20대 공동창업 vs 30대 단독창업

윌리엄(빌) 휴렛은 물리학자 겸 의대교수 아버지를 12세 때 여읜다. 1934년 스탠퍼드대 공학 학사, 1936년 MIT 전기공학 석사를 따고 다시 스탠퍼드로 돌아와 공학 박사과정을 다녔다. 데이비드 패커드는 변호사 아버지와 고교 교사 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전자기기에 매료돼 고교 시절 라디오 클럽에서 활동했다. 1930년 전기공학을 배우려고 스탠포드 대학에 등록해 휴렛을 처음 만났다.

취미가 같은 둘은 라디오 공학 선구자인 지도교수 프레더릭 터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패커드가 뉴욕 GE에 근무할 때에도 둘은 계속 장래를 협의했다. 1939년 팰러앨토 패커드의 차고에서 자본금 538달러로 `휴렛패커드`라는 소규모 전자회사를 차렸다. 실리콘밸리 탄생으로 명명되는 역사적 창업이다. 휴렛 26세, 패커드 27세였다.

스티브 잡스는 존 맥컬럼 선생의 전자공학 과정을 듣던 홈스테드고교 2학년 시절 친구 차고 작업실에서 당시 컴퓨터 프로그래밍 천재인 5년 선배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났다. 윌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 전기에서 이를 32년 전 `휴렛패커드` 이후 실리콘밸리 차고 역사에 가장 중대한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6년이 지난 1976년, 둘은 잡스 아버지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했다. 잡스 21세, 워즈니악 25세였다.

마크 저커버그는 치과의사 아버지와 심리치료사 어머니 아래 자라면서 어릴 때부터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소질을 보였다. 그의 아버지는 중학생 아들에게 아타리 베이직(BASIC) 프로그램을 가르쳤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통해 특별교육도 시켰다. 다른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즐길 때 그는 게임을 만들었다. 과학, 수학, 외국어도 능통했다. 펜싱팀 주장을 맡는 등 체육과 문학에도 열성적이었다. 고교 때 `시냅스 미디어 플레이어`를 개발했다. MS와 AOL이 매입과 채용을 제안했지만 그는 거절하고 하버드 대학에 진학했다. 심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마크 주커버그가 2003년 `코스매치` `페이스 매시`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2004년 2월 기숙사에서 하버드 대학생 대상 `페이스북` 서비스를 실시했다. 기숙사 동료로 경제학 전공인 더스틴 모스코비치와 에두아도 세버린, 역사·문화 전공 크리스 휴즈의 도움을 받아 서비스를 미국, 캐나다 대학으로 확장했다. 저커버그, 모스코비치는 19세, 휴즈는 20세, 세버린은 21세였다. 2004년 6월 팰러앨토에 작은 주택을 임대해 정식회사로 등록했고, 2005년 `facebook.com` 도메인을 20만달러에 구입했다.

미국 대표적 IT기업은 공동 창업됐다. 창업 연령도 20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어릴 때 부모, 학교로부터 산 교육을 받으며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렸다. 대학 때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며 친구들과 장단점을 보완했다. 창업 당시 기술, 인문학이 융합한 리더십을 형성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벤처기업협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1년 벤처기업정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주 연령은 30대 37%, 40대 47%이고 20대는 1.4%에 그친다. 그것도 IT 분야는 극소수다. 창업 유형은 단독창업 82.2%, 공동창업 17.8%였다.

요즘 공대생을 만나보면 군 제대 후 4학년으로 이미 20대 중반인데도 구체적인 창업 비전이나 계획을 가진 이를 찾기 힘들다. 젊은 열정과 도전이 생명인 IT 분야에서 어릴 때부터 선진국보다 교육, 사회 환경이 뒤떨어진다. 그만큼 창업도 뒤진다.

우리 대학생에게 몇 년간 IT 심화교육을 하면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 사회생활, 교육환경이 기술, 창의력, 인간관계와 서로 친화적으로 접목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가야 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김용근(yonggeun21c@kia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