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불법복제, 한-미 무역분쟁 뇌관 될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식 발효를 계기로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에 따른 후폭풍이 우려된다. 저작권법의 비친고죄 범위가 확대돼 SW 불법복제로 인한 형사처벌과 다국적 SW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가 간 무역분쟁으로 불거져 수출제품에 상계관세를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미 FTA 이행법안에 따라 달라진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비친고죄 범위 확대 △법정손해배상 제도 신설 △일시적 저장도 복제로 규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비친고죄 적용 범위 확대로 `영리 목적 또는 상습적`일 때 저작권자가 아닌 제3자가 고소할 수 있다. 예컨대, 저작권을 보유한 회사의 관계사나 의뢰를 받은 대행사도 고소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다국적 SW 기업은 비정기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단속을 진행했다. 불법사용이 드러나더라도 저작권자와 합의하면 문제 해결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당사자 간 합의 후에도 제3자가 고소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SW 불법복제율은 40%로 OECD 34개 국가 평균 27%를 크게 웃돈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조사결과 지난해 웹하드와 포털 등 헤비 업로더(Heavy uploader)에 의한 침해 사례는 총 4만4677건, 피해금액은 1020억원에 달한다. 피해를 당한 저작권사는 한글과컴퓨터, 나모인터랙티브, 오토데스크, 시만텍,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305개사에 이른다. 불법복제로 인한 일자리와 세수 손실도 콘텐츠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불법복제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정품SW사용의무화로 불법SW를 사용하면 통상 협정 위반으로 간주해 피해국이 상대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수출품에 상계관세를 매기는 방식도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는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에서 정부기관의 SW 불법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있지만 기관에서 자체 제출하는 자료로 분석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상계관세 등의 무역보복조치를 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통업체가 불법복제된 SW를 공급하면 이용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해도 법적 소송은 물론이고 라이선스 비용지불 등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국내 금융업계는 최근 3년간 10여건이나 이 같은 사례로 다국적 SW 기업과 갈등을 빚었다.

김현숙 SPC 정책법률연구소 소장은 “한미 FTA 발효로 SW 불법복제 관행은 기업의 문제가 아닌 국가 간 문제로 불거질 소지가 다분해졌다”며 “불법복제를 줄이는 것은 다국적 기업의 공세를 피하는 동시에 국내 SW산업 발전이나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의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도별 소프트웨어 침해 현황 (단위:개, 천원)
자료: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SW 불법복제, 한-미 무역분쟁 뇌관 될라"


김원배·성현희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