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공간정보 습득원리 밝혀

국내 연구진이 뇌가 공간정보를 습득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간질병·알츠하이머 등 해마 손상에서 오는 뇌질환 치료에 돌파구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세바스찬 로열과 김진현 박사 연구팀이 실험동물을 이용해 뇌가 공간정보를 습득하는 신경세포 역할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뇌 속 공간탐색, 기억 저장·상기 역할을 하는 해마에는 `장소 세포`라 불리는 신경세포가 존재한다. 이 세포는 특정 장소에 있을 때 강하게 활성화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다른 장소세포가 다시 활성화된다. 그 동안 이런 변화는 세포체주위와 수상돌기에 영향을 주는 억제성 신경세포(소마토스테틴형·파브알브민형)들이 조절한다고만 알려져 왔다. 억제성 신경세포의 구체적 역할과 조절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로열 박사팀은 실험에서 생쥐 뇌 속 해마의 특정 지역에 광학탐침을 장착했다. 억제성 신경세포의 작용을 빛으로 억제하며 학습기억 관련 뇌파 `세타파`의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 결과 소마토스테틴형 신경세포 작용을 억제하면 세타파가 활성화됐다. 반면에 파브알브민형 신경세포 작용을 억제하면 세타파 위상변이가 발생했다.

로열 박사는 “해마의 공간학습 메커니즘 규명을 통해 기억습득 원리를 밝힌 것”이라며 “간질병과 알츠하이머(치매) 등 해마 손상으로부터 오는 뇌질환을 치료하는 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산하 자넬리아 팜 리서치 캠퍼스와 공동으로 지난해 3월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지` 온라인판에 지난달 25일자에 실렸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