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사다리 걷어차기

-김상순 김상순법률사무소 변호사(ueber.law@gmail.com)

“당신이 뭔가를 공짜로 쓰고 있다면, 당신은 소비자인 것이 아니라 상품 그 자체인 것이다.”

최근 읽은 세 개의 뉴스가 위 문구와 머리 속에서 얽힌다. 첫째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관한 뉴스다. 온라인 거래시 해당 거래가 종료되면 관련 고객 정보를 파기, 다른 목적으로 활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 발표가 있자 업계의 반발이 있다는 내용이다. 둘째는 민간인 사찰 관련 뉴스다. 고위 간부와 불륜녀와의 상세한 대화 내용까지도 보고돼 도청 의혹까지 있다는 내용이다. 셋째는 토종 SNS 격인 카카오의 고위 관련자가 한국의 벤처기업 육성을 위하여 투자벤처 회사를 설립하였다는 내용이다.

[ET단상] 사다리 걷어차기

SNS의 미니멀리즘 경향 혹은 소셜 네트워크의 개인화로 여겨지는 패스(Path)의 경우, 깜찍한 화면구성(UI)를 이용해 자고 일어나는 시간까지도 자발적으로 기꺼이 기록하게 만든다. 누군가가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에 관한 데이터는 굳이 생명보험회사가 아니어도 아주 많은 영역의 비즈니스에서 활용될 수 있어 탐낼 만 하다. 예쁜 모양의 찻잔 세트 사진을 모으는 것이 평생의 취미였고 자신의 컬렉션에 대하여 자부심 가득한 어떤 이는, 며칠 만에 전 세계의 찻잔 세트 사진을 다 모아 버릴 기세의 핀터레스트(Pinterest)를 보고 망연자실해 할 수도 있다. 텍스트의 급속한 전파가 트위터라면, 이미지의 급속한 전파가 핀터레스트다.

핀터레스트 상에서 오고가는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다. 하지만 그 논의가 무르익기 전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완성된 사실`이라는 힘의 논리로 전세계를 사실상 평정해 버릴 지도 모른다. 여러 서비스들의 한가운데에서 플랫폼, 항구, 공항의 역할을 하는 페이스북이 있다. 페이스북 속에서 통째로의 인생(Whole Life)에 관한 개인정보 데이터가 오고 간다. 그리고 이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고 타임 라인(Time line), 라이프 로그(Life log)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한다. 궤를 같이 하는 구글 플러스도 있다. 최근에는 소통과 사생활을 강조하되 데이터 마이닝을 거부하는 유미나우(Umenow) 등의 여러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제정 시행 등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그간 일련의 조치들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 등을 존중해 `동의`에 기반하도록 설계한 것도 지극히 옳다. 하지만 정보유출, 해킹 등등의 뉴스로 얼룩진 현실은, `내 정보는 이미 내 것이 아니다`라는 자괴감,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다면 누가 가지고 있을까. 누가 `점유`하고 있는 걸까. 아는 것이 힘이고 정보가 무기인 세상에서, 정보(정확히는 개인 정보 데이터)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누군가는 못 가져서 법을 어겨서라도 취득하고 싶어하는데, 누군가는 가만히 있어도 자발적으로 각 개인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갖다 바친다. 온 나라가, 그리고 전 세계가 SNS 열풍인 이 시점에서 왜 문득 장하준 교수의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가 떠오르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자칭 IT강국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데이터가 오고가는 SNS의 분야에 대해, 그 쏠림과 확산에 관련해 정말로 보호무역론보다는 자유무역론이 좋은 것일까. 바라건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제의 운용에 있어 SNS에 관한 한, 걷어차이기 전에 얼른 올라갈지, 이미 올라갔으니 누가 사다리를 걷어찬대도 상관없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한 번 더 담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