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현금' 준다는데~ '거부할 수 없는 유혹'

LG유플러스는 올해 초 국내 최저 수준인 1만원대의 초고속인터넷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기대감을 가졌다. `현금 경품` 제공 등 소모적인 가입자 유치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 해 11월부터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요금 인하에 따른 가입자 유치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요금 인하 후 가입자가 오히려 빠져나갔다. 요금제 인하를 준비하며 마케팅 비용을 줄이던 지난해 4분기부터 가입자 수가 집계된 지난 2월까지 가입자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기록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LG유플러스 가입자 수는 지난해 3분기 283만2000여명에서 올 2월 278만3000여명으로 5만명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가입자는 늘었다. LG유플러스 역시 현금 마케팅 경쟁에 다시 뛰어들 태세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다시 현금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요금 인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으면서 과거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여전히 `가입 시 현금 제공` 등 경품에 따른 쏠림 현상이 심하다. 방통위의 과열 마케팅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유선인터넷망 공급사가 정부의 경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입자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이다.

초고속인터넷 상품 판매를 대행하는 판매점은 인터넷 단독가입이나 묶음 상품을 제시하며 현금성 경품을 지급한다고 내걸고 있다. 현금성 경품은 통신 3사가 비슷하지만 SK브로드밴드(SKB)가 조금 많고 LG유플러스와 KT가 비슷한 수준으로 뒤따르고 있다. 최대 63만원(3개 결합상품 기준)까지 현금 경품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한 업체는 2월 이용약관에 없는, 1년 약정 월 1만6000원의 `전국 대학생 인터넷 특판 행사`를 진행하다 경쟁사 항의로 지난 달 16일 행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과도한 현금 경품이나 특정 연령·계층을 대상으로 한 판촉 행사는 모두 불법적인 소비자 차별 행위라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과열 마케팅이 아니라 건전한 시장경쟁 환경 조성과 투자활성화를 견인하고 마케팅 비용의 요금인하 전환으로 가계통신비의 절감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시장이 점차 안정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시장조사과 관계자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완료했다”며 “평균 25만원 정도로 극심한 과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현금 경품 제공 기준은 단독상품 16만원·2개 묶음 19만원·3개 묶음 22만원 이하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변동 추이(단위:천명·자료:방송통신위원회)

바로 '현금' 준다는데~ '거부할 수 없는 유혹'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