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공들인 '창업의 꿈' 이렇게 무너질 수도…

`보증서`로 갈린 정부·시중은행 청년전용창업자금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청년전용창업자금 현황

청년 스타트업(Start-Up) 창업자금 소진이 신용보증서 요구 여부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보증서가 청년 창업 활성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함을 방증한다.

4일 정부기관·시중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기업·우리은행이 올해 들어 청년창업자금 지원에 나선 가운데 보증서를 요구하지 않는 중진공 자금은 대부분 소진됐으나 은행 자금은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소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중진공과 시중은행 상품은 대출금리가 2.7%로 동일하다. 다만 중진공은 1주일 창업교육(이수자 제외)을 요구하며, 시중은행은 지역 신용보증재단 특례보증을 받아야 한다.

중진공은 연초부터 `청년전용창업자금` 신청을 받은 결과, 지난달 말 기준 목표금액 500억원을 크게 넘어선 720억3700만원을 접수했다. 지난달까지 지원결정 금액이 354억4400만원에 이른다. 이달 6일께 그 규모가 500억원을 넘어설 예정이다. 전봉준 중진공 융자사업처 팀장은 “상반기까지 접수할 것으로 봤으나 3월에 이미 목표치를 넘었다”고 말했다. 중진공은 기관 홈페이지에 `청년전용창업자금 접수마감. 민간금융매칭형은 기업·우리은행 문의`라는 안내를 통해 민간은행으로 자금 수요를 유도했다.

중진공보다 한 달 늦은 2월에 각각 중소기업청·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손잡고 청년전용창업자금 지원에 나선 기업·우리은행 상품은 상대적으로 열기가 시들하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기업은행은 145억원이 소진됐다. 우리은행은 57억원 정도가 나갔다. 두 은행 올해 목표금액은 각각 800억원이다.

이 같은 차이는 보증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두 시중은행은 지역신용보증재단 특례보증을 요구한다. 개인 기업은 실제 경영자가 본인 또는 연대보증(대표가 실제 경영자가 아닌 때)을 서야 한다. 법인 기업은 실제경영자와 대표를 포함한 10% 이상 지분 보유 과점주주가 보증을 서야 한다.

은행 관계자는 “중진공은 정부 예산을 실행하는 기관으로 사업자 입장에서는 신용불량 부담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중진공 자금이 먼저 소진되고 은행 자금이 나간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화 KAIST 초빙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는 “창업 강좌 수강생 150~200명 가운데 창업 희망자는 10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신용불량 위험이 없다면 그 수가 70~80명으로 늘어난다. 창업자의 보증 불안이 그만큼 크다”며 “보증을 안 하는 대신 가산 금리를 부과하는 형태로 창업자의 신용불량 부담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청년전용창업자금 현황
※자료:중진공 및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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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