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조직개편 '부처간 기싸움'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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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 조직개편 논의가 급부상했다. 그간 물밑에서 논의돼 오던 다음 정부조직 밑그림이 속속 윤곽을 드러냈다. 특히 정보통신(ICT)·과학기술·해양수산 등 현 정부 들어 통폐합된 부처를 대상으로 한 부처 신설 및 부총리급 격상 논의가 달아오르면서 정부 부처의 리모델링 논의가 대선캠프가 차려지기도 전에 정치적 쟁점으로 급부상할 조짐이다. ▶관련기사 3면

1일 정부 각 부처와 산하기관에 따르면 지식경제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국토해양부·환경부·방통위 등은 부처 이해관계에 따라 업무영역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며 논리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차기 정권 거버넌스 재편 논의의 `뜨거운 감자`는 ICT 독임부처 부활이다. MB정부의 분산형 ICT 거버넌스에 비판이 거세지면서 다음 정권에서 집중형 ICT 거버넌스가 다시 대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그간 ICT 업무를 나눠 수행하던 부처는 이를 놓고 유불리를 따지며 기 싸움에 한창이다.

ICT 독임부처 부활론에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운 부처는 지경부다. 방통위 주도의 ICT 독임부처가 생기면 지경부가 맡은 IT산업 진흥 업무를 독임부처로 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ICT융합시대에 ICT만 전담하는 부처는 부적절하다며 맞섰다. 전통산업과 어우러져야 융합 IT가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경부는 여러 산업을 다루는 부처에서 IT를 함께 다뤄야 한다며 지경부 조직 내 IT 영역 확대를 주장했다. 최근 소프트웨어진흥팀을 신설하고, 국방부·농림부 등과 MOU를 교환하고 융합IT에 투자하며 이 같은 분위기를 몰아간다. 지경부는 IT업무 이외에 기후·에너지 영역의 환경부 통폐합 논의도 부상해 조직 사수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중소기업부 신설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했다.

문화부와 행안부는 ICT 독임부처 부활에 관심은 높진 않지만 고유 업무를 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안부는 전자정부 업무는 행정부처 사업영역으로 본다. 전자정부는 이젠 IT시스템 구축보다 행정업무 프로세스 개편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부처 간 거버넌스 문제가 불거진 정보문화와 정보보호 문제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범부처 정보보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빚은 난맥상을 다음 정부에서 꼭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부는 ICT 독임부처가 만들어지더라도 콘텐츠 분야는 지금처럼 문화부 소관으로 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콘텐츠 핵심인 창작이 순수예술과 함께 어우러진 문화적 감수성에서 발현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방통위 역시 옛 정통부를 계승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이다. 방통위 직원들은 공개적으로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를 꺼리지만, ICT 독임부처 부활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스마트혁명으로 촉발된 네트워크·단말·콘텐츠·플랫폼 등 융합시대에 맞춰 분산형 ICT 거버넌스의 한계가 분명해졌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웠다. ICT 전반에 걸친 자기완결적 구조가 더욱 명확해진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도 제시하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지경부·문화부·행안부 등으로 흩어진 ICT 진흥·콘텐츠·정보문화·정보보호 등의 사업영역을 ICT 독임부처로 합치는 방안에 힘을 실었다. 다만, 방송·통신 인허가 및 심의와 같은 규제 영역을 독임부처 내 지금의 방통위와 같은 별도 위원회 조직을 두는 밑그림을 그린다. 진흥과 규제 정책을 효율적이고 일관되게 펼친다는 전략이다.

부처 간 알력다툼이 큰 ICT와 달리 과기분야는 과기 전담부처 부활은 물론이고 과기 부총리 격상 움직임도 속도를 냈다.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은 지난주 부총리급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설치와 과학기술 분야를 전담할 `연구개발부` 신설을 정식 제안했다.

차기 대통령 유력 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과기부 부활을 이미 공언한데다 야당 역시 과기부 부활에 이견이 없어 향후 부총리급 격상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해가 엇갈리는 정부부처의 거버넌스를 위한 부총리 제도의 손질 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 부총리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부총리가 일반 행정업무를 맡는다면, 2부총리가 ICT·과기 등 R&D 분야를 총괄하는 방안이다. 민주당은 이미 ICT 독임부처인 정보미디어부 신설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행안부·지경부 등 일각에서는 정보화전략위원회에 예산권과 업무 조정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나온다.

정부부처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두세 달 새 대선 유력후보 캠프에서 다음 정부 조직개편안의 윤곽이 거의 확정되고 공약으로 가시화할 전망”이라며 “공무원들이 국회의원이나 정당 간부를 상대로 막바지 물밑 로비전도 불사한다”고 말했다.

ICT거버넌스 특별취재팀 gov@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