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그린아이넷, 인터넷 청소년 보호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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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부 정모씨는 PC로 음란 동영상을 보는 중학생 아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유해정보 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유료 버전에만 기능이 업데이트된다는 얘기도 들린다.

#2. 워킹맘 송모씨는 아들 선물로 최신 PC를 한 대 샀다. 음란물이나 왕따 사이트가 걱정돼 `그린아이넷`에 접속해 예전에 쓰던 유해정보 차단 소프트웨어를 받으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차라리 구닥다리 PC가 낫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인터넷 음란물과 폭력 사이트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정부의 청소년 인터넷 유해정보 차단정책에 구멍이 뚫렸다.

1일 관련 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 서비스 그린아이넷이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 예산 부족으로 개발사에 돌아가는 수익이 대폭 줄면서 업그레이드가 중단되고 신제품 개발이 지연되는 문제가 불거졌다.

그린아이넷에선 9개 개발사의 유해 사이트 차단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올해 제품 공급 대가로 책정된 예산은 1억5000만원. 2010년 12억원보다 90% 가까이 줄어들었다.

당초 사업에 참여했던 교육과학기술부의 예산 지원 중단이 직격탄이다. 교과부가 빠지고 방심위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게 되면서 올해 1억5000만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학교 폭력 대책으로 인터넷 유해 콘텐츠 차단을 주장하는 교과부가 가장 기본적인 예산조차 줄인 셈이다.

9개 업체는 이 금액을 다운로드 횟수에 따라 나눠 갖는다. 2000만원 미만인 돈으로 기존 직원 월급주기도 빠듯하다. 유해정보 차단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차단목록의 지속적 업데이트는 불가능하다.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으면 새로 나온 유해정보를 차단할 수 없다.

최신 컴퓨터 지원은 언감생심이다. 요즘 나오는 PC는 주로 윈도7을 쓴다. 그린아이넷에 올라와 있는 유해 사이트 차단 소프트웨어 중 5종만 설치된다. 4종은 구형 PC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방심위 관계자는 “학부모 조사 결과 그린아이넷에서 내려받은 유해정보 차단 소프트웨어를 유료 제품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율이 30%도 안 된다”며 “업계 피해를 줄이면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유해정보 차단 소프트웨어 시장이 성장하는 데 국내에선 제자리걸음”이라며 “판매가 늘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린아이넷 운영 예산

자료:방송통신심의위원회

흔들리는 그린아이넷, 인터넷 청소년 보호에 구멍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