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나쁜 SNS는 없다

[주상돈의 인사이트]나쁜 SNS는 없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신촌 인근 공원에서 대학생 김모씨(20)가 수차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숨진 김씨의 전 여자 친구 박모씨(21)와 10대 세 명.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어울리다 말다툼 끝에 김씨를 살해했다. 숨진 김씨가 10대 피의자들과 실제로 만난 건 서너 번에 불과했다. 10대 살인 피의자들은 경찰에서 “평소 (숨진) 김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나 채팅 말투가 맘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다툼이 실제 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달군 `신촌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신촌 사건을 계기로 일부에서는 `현피` 등 SNS 부작용을 우려한다. 현피(현실+Player Kill)는 가상현실의 승부가 현실 세계의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분쟁이나 키보드 배틀이 심해져 서로 감정이 상하면 `전화번호 까라`며 도발하다가 결국 현피로 이어진다. 한때 서울 룸살롱 등 유흥업소들이 트위터로 고객을 관리하고 출근한 여성들의 사진을 올려 유혹하는 것 등 음성적인 마케팅도 SNS의 부정적인 면이다. 그러나 현피로 만나도 술 한잔하며 화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SNS를 활용해 이웃을 돕는 훈훈한 미담이 더 많다.

서울 신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날 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63년 전 잃어버린 지갑을 SNS로 되찾은 미담이 전해졌다. 한 캐나다 주민이 재활용 서랍장을 정리하던 중 서랍 깊은 곳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 주민 소유의 지갑을 발견했다. 지갑에는 신분증과 가족사진, 그리고 1949년 당시 교통위반 딱지까지 들어 있었다. 그는 지갑을 주인에게 찾아주기로 마음먹고 SNS에 서랍장과 지갑 사진을 올렸다. 7년 전 세상을 떠난 지갑 주인의 아들로부터 연락이 온 것은 SNS에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이었다. 아들은 1949년 어린 시절 집을 고치던 와중에 아버지가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63년 전 잃어버린 지갑은 옛날 그대로 서랍장에 담겨 가족에게 보내졌다.

이런 식으로 SNS가 착하게 굴면 한없이 착한 도구가 된다. 특히 지갑 등 귀중품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SNS 위력은 대단하다. 지하철에 월세방 비용 수십만원이 담긴 지갑을 놓고 내린 청년이 SNS로 되찾은 사연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응급 환자에게 필요한 혈액을 급히 구하는가 하면 소중한 가족을 잃어버렸다가 SNS로 다시 찾은 사례도 부지기수다. 지금도 많은 젊은이가 봉사를 주제로 SNS 모임을 만들어 자투리 시간을 내거나 푼돈을 모아 소중한 곳에 쓰고 있다. 인기 작가 이외수씨도 BBQ치킨과 함께 기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가 트위터에 종종 BBQ를 언급하는 것을 궁금하게 여긴 팔로어가 질문하자, 그는 “제가 한 달에 네 번 BBQ를 언급하면 BBQ에서 광고료 1000만원을 주는데 이 돈을 가난한 농촌 청소년에게 전액 기증하겠다”고 답하며 트위터를 이용한 기부문화 확산의 선두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구글도 반(反)폭력을 기치로 세계 테러와 극단주의 범죄조직의 활동을 방지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금을 지원한다.

SNS는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다. 친구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인사할 수 있는 편리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전화나 이메일도 마찬가지다. 보이스피싱과 스팸으로 악용되지만,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컴퓨터나 휴대폰을 비난할 수 없듯이 원래부터 악(惡)한 SNS는 없다.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