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인터넷 이디엄]<94>민주화

어떤 피해를 보거나 부당한 조치를 당하는 등 부정적 상황에 처함.

`민주화` 본래의 숭고한 뜻과 달리 좋지 않은 상황,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을 묘사하는 말로 의미가 바뀌었다. 보통 `민주화당하다`라는 피동형으로 쓰인다. `일진에게 민주화당했다(돈을 빼앗겼다)` `교실에서 떠들다가 선생님에게 민주화당했어(혼났어)` 등의 용례를 들 수 있다.

인터넷에 보수 성향 글을 올렸다가 이른바 진보 네티즌들에게 집단적으로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비난을 들으며 악플이 주렁주렁 달리는 것을 `민주화당했다`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드물지만 이른바 진보 성향 글이 보수 성향 네티즌들에게 집단 공격을 받을 때는 `산업화당했다`는 표현을 쓴다.

디시인사이드를 중심으로 보수 성향 네티즌들이 반대편 사람들의 행태를 조롱하는 말로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차츰 인터넷 전반에 확산되면서 특히 최근 10대 사이에서 부정적 의미의 말로 쓰여 기성세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요즘 청소년은 과거 민주화 투쟁기의 기억이 없는데다 반사회적 또래 문화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청소년 특유의 행태가 결합되면서 의미가 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념 찬 어른들은 “어떻게 이뤄낸 민주화인데…”라며 아이들의 무개념을 질책한다.

제도적 민주주의를 외쳐 쟁취했으되 사회에 민주주의가 뿌리박지는 못한 상태에서 나타난 여러 부작용을 생각하면 청소년을 손가락질하기보다는 자신을 먼저 돌아볼 필요도 있겠다. 입으로는 민주와 진보를 부르짖다가 명백한 선거 부정 의혹 앞에선 “진보를 위해 몸 바쳐 온 당원을 모욕할 권리는 없다”거나 “유죄의 증거가 나오기 전까진 무죄”라며 머릿수를 앞세워 당원 총투표로 거취를 결정하자는 진보 정당을 보면 `민주화가 민주화당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생활 속 한마디

A:김 팀장이 추진하던 720인조 걸그룹 프로젝트는 왜 중단됐죠?

B:안드로메다 펜션 사업을 하시려는 회장님에게 민주화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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