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깨라! '코스닥 상장 벤처' 이젠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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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남 얘기… 벤처, 코스닥 상장 `꿈` 사라진다

“해외에서 (실적을) `펑펑` 터뜨려야 상장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회원사 가운데 코스닥에 상장할 만한 곳은 없고 관심을 갖는 곳도 없습니다.”- IT 관련 협동조합 이사장

꿈 깨라! '코스닥 상장 벤처' 이젠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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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깨라! '코스닥 상장 벤처' 이젠 옛말?

“10년 전엔 대단했죠. 벤처끼리 만나면 코스닥 상장 얘기만 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곳 없습니다. 회사 장기 계획에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습니다.”-1998년 설립한 G밸리 IT업체 대표

스타트업·벤처에서 `코스닥 상장`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페이스북 상장을 계기로 비상장 기업들도 큰 꿈을 꿀만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페이스북은 지난 18일(현지시각) 184억달러(약 21조500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일거에 나스닥을 통해 조달했다. 그러나 `딴 세상 얘기`다. 예전 같으면 우리도 기업공개(IPO)해 `큰돈 한번 만져보자` `제대로 사업을 펼쳐 보자`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오를 텐데 지금은 그냥 부러울 뿐이다.

코스닥 관심 저하 원인으로 △높은 진입 장벽 △낮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 △경영권 분쟁 우려 등이 거론된다. 김영수 벤처기업협회 본부장은 “코스닥 시장이 포화되다 보니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요건과 심사과정이 까다로워졌다”고 지적했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가치를 100억원으로 봤다면 코스닥에선 50억원 정도밖에 평가가 안 된다. 어떤 벤처는 보유 현금보다 회사 가치가 낮게 나오기도 했다”며 “상장해 저평가되느니 차라리 상장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막 창업한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올해 회사를 세운 20대 CEO는 “상장이 매력적인 것은 맞지만 그때까지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며 “나뿐만 아니라 주변 창업자 대부분의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상장기업 현황에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한 58개사의 상장 소요기간은 14.3년에 달했다. 직전연도인 2010년의 12.2년보다 2년 이상이 늘었다. 2005년엔 9.0년에 불과했다. 매년 꾸준히 늘었다.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은 12.5년이었다. 벤처캐피털 자금을 받지 않은 곳은 17.4년에 달했다. 둘 다 전년도인 2010년과 비교해 1년과 4년 증가했다. 2005년과 비교하면 4~5년 길어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이 투자자 보호 목적으로 진입장벽을 높였다”며 “시장을 다시 설계하더라도 투자자 보호 문제로 신뢰성 낮은 기업에 문호를 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스타트업·벤처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인수합병(M&A)과 같은 중간회수 시장이 없다. 스타트업 창업 붐과 함께 살아나는 엔젤·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의 자금회수(Exit) 길이 막힌다. 일거에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대안은 마땅치 않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KAIST 초빙교수)은 “코스피 2부 시장으로 전락한 코스닥 거버넌스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말 개설하는 `코넥스`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과 같은 스타트업 창업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중간 회수 시장으로 코넥스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타트업 창업 붐이 일시에 꺼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넥스로 모험자본과 신생기업이 만나도록 하는 것이 높아진 코스닥 시장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코스닥 IPO 소요기간(단위:개,연)

※자료:한국거래소


김준배·이경민·정진욱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