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커스] 중소형원자로 `스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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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몽골·말레이시아·칠레·카자흐스탄·사우디아라비아·리비아·인도네시아 등.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대형 원자력 발전소를 짓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력 소비량이 적어 대형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소비하기엔 경제성이 떨어진다. 대형 원전을 지을 경우 송·배전망 구축비용이 많이 든다. 국토 안에서 인구가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실증시험시설
스마트 실증시험시설

이런 국가를 위해 필요한 원자력 발전이 바로 중소형 원전이다. 원전은 전기 출력에 따라 대형(700MW 이상), 중형(300~700MW), 소형(300MW이하) 원전으로 분류된다. 이 중 중소형 원전은 시장 잠재성이 매우 높은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추진하는 세계원자력파트너십(GNEP)은 2050년까지 최대 500~1000여기의 중소형 원전 시장을 예상하고 있다. 일본전력중앙연구소(CRIEPI)도 향후 중소형 원자로 수요를 400~850기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 약 350억원 규모의 중소형 원전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추정한다.

중소형 원전이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중 지난 7월 4일 우리나라 순수 기술로 개발해온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가 표준설계인가(SDA)를 획득했다. SDA는 발전용 원자로 설계를 여러 번 건설할 경우 인허가기관이 원자로와 관계 시설의 표준 설계에 대해 안정성을 심사해 인허가를 주는 제도다. 스마트의 설계도면 그대로 원전을 건설할 경우 그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의미다.

스마트의 SDA 획득은 의미가 남다르다. 일체형 원자로로는 세계 최초로 인허가를 획득해 우리나라는 중소형 원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된 셈이다. 스마트는 SDA 획득 이전에도 이미 세계에서 가장 앞선 중소형 원자로로 평가 받았다. 라마르 알렉산더 미 상원 의원은 지난 5월 “한국은 원자력 기술 선도국이 되길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스마트는 소형모듈형원자로(SMR)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개발인 한창이던 2005년에도 국제원자력 기구 보고서 `혁신적 중소형 원자로들`에서는 “각국이 개발 중인 SMR 중 스마트가 가장 개발 정도가 빠르다”고 명시돼 있다. 그만큼 중소형 원전 개발에 적극적인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경쟁국 보다 기술력에서 우위에 섰다는 의미다.

SDA 획득에 따라 중소형 원전 세계 시장 진출이 기대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스마트가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한 번도 건설해 본적이 없다. 발전단가가 가스 석유 등에 비해서는 싸지만 대형 원전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다. 실제로 원전 수출이 이뤄질 경우 잠재 수요국인 작은 나라일수록 원자력 인프라 구축이 힘들다는 딜레마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확산되는 원전 반대 여론도 신경 써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인도네시아 등 스마트에 관심을 표명한 국가 중 미리 건설·운영을 한 후 실증해보는 것을 스마트 도입의 선결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가장 큰 과제는 실제 스마트를 건설해 운영의 안정성과 실효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스마트가 수출형 원전으로 개발된 만큼 국내 건설을 통한 전력 생산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며 “증기발생기, 원자로냉각재펌프 등 원자로 주요기기를 공급하는 회사는 건설계획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기기 개발을 위한 투자가 어렵다”고 국내 건설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지식경제부·민간 컨소시엄이 협력해 수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3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개최한 `스마트 원자로 수출방안` 이슈 토론회에서 “스마트와 유사한 지경부 SMR 계획 추진보다 개발과 인허가가 끝난 스마트의 상용화 추진이 바람직하다”며 “스마트와 유사한 SMR 개발은 국가적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형원자로 `스마트`=열출력 330MW(전기 출력 100MW)로 대형원전의 10분의 1 수준인 중소형 원전. 원자로 주요기기가 대형 배관으로 연결된 대형 원전과 달리 원자로계통 주요기기가 한 개의 압력 용기안에 설치된 일체형이다. 전력 생산 뿐 아니라 해수 담수화를 위한 에너지 공급, 지역 난방, 공정열 공급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다목적 원자로다. 1997년 한국원자력 연구원이 수출전략형 원자로로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총 개발 기간 15년 동안 예산 3103억원이 투입됐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