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음반 등 문화산업, 과잉중복 규제에 몸살, 규제기관 일원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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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산업이 과잉규제의 파고에 힘겨워 한다. 게임·만화·음반·영화에 이중 삼중으로 규제가 이뤄지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와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게임 음반 영화 등 영역별로 구분돼 있는 규제기관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형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9금과 청소년 문화`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 기조발제에서 “사람들은 미디어의 프레임 효과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학교폭력, 자살, 성폭력 등 일련의 사회문제를 게임중독 또는 대중음악 탓으로 돌리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가족관계, 직업 여부, 범행직전 행위와 사건의 상관관계를 복합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 교수는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감정에 따라 규제가 가해지면 감정적 사회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뮤직비디오 및 음반 관련 규제와 관련,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화제가 됐다. 우 교수는 “세계 약 70억명의 인구 중 1억명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영상을 시청하는 미디어 환경과 전혀 다른 규제책들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황동섭 연예기획사 대표는 “사전심의가 존재했다면 강남스타일이 어떤 등급을 받았을까”라고 반문한 뒤 “아마 저속하다는 이유로 19금을 받았을 것이다. 그랬으면 한국 대중가요사에서 역사적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임의 경우, 유사 규제의 부처간 중복 가능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올 국정감사에서도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형진 교수는 우선 심야시간(0시∼6시)에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에 이어 만 18세 미만 청소년 부모 또는 법정대리인이 게임시간을 설정하는 `게임시간선택제` 및 교육과학기술부가 도입을 논의 중인 `쿨링오프제`에 우려를 나타냈다.

게임시간선택제는 부모의 자율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다소 완화된 조치라고 볼 수 있으나, 부모 명의 도용이 이뤄지는 등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모바일 또는 콘솔게임과의 규제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오는 10월 5일부터 실시되는 국정감사 현안으로 유사규제가 중복적으로 적용될 경우 제도의 효과성이 저해되면서 비용만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곤 한국게임산업협회 국장은 “2000년까지 교통사고가 청소년 사망원인 1위였는데, 2008년부터 자살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게임산업에서의 문제는 규제중독”이라고 과잉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현했다.

우형진 교수는 미디어 규제가 강화되는 이유로 “정부 부처가 규제권을 소유하기를 희망하는 구조적 요인과 내 아이의 입시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복규제 또는 규제효율성 문제에 노출된 나열식 미디어 규제기관 운용도 제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정훈 영화감독은 “OSMU 시대에 상식에 안 맞는 것“이라며 ”정부의 역할은 산업을 진흥하고 사업자와 소비자 간 갈등을 조정·중재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웹툰 규제과 관련해선 이종규 작가가 “만화는 19세 이상과 이하 밖에 규정이 없다. 세부적인 등급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