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122>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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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에 자기 얼굴이나 이름, 현재 상황 등을 사진으로 공개하는 것. 자신을 나타내는 신분증과 사진, 자격증, 학력이나 재산을 나타내는 물건 등을 자기 아이디가 적힌 쪽지와 함께 찍어 올린다.

디씨인사이드에 `사법고시 합격했다`고 올릴 때는 합격증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가리고 종이 닉네임을 적어 함께 찍어 올려야 조작이란 비난을 면할 수 있다. 수험생 사이트에서 선배라며 공부 요령을 훈계하면 학생증 인증 요구를 받는다.

인증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이야기나 사진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네티즌이 만들어낸 문화다. `인증(認證)`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문서나 행위가 정당한 절차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공적 기관이 증명`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공인인증서나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계정 등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본인임을 증명하는 절차다.

여기에서 유래해 게시판에 글을 올린 사람이 본인이고 올린 내용 역시 조작이 아닌 사실임을 명확한 사진으로 밝히는 행위를 인증이라 부르게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핵심인 익명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진실성을 알리는 행위다.

인증의 확산은 그럴듯한 거짓과 조작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사려는 시도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넘쳐나는 `주작` 글과는 다른 진정성이 있음을 밝히려는 최후 수단이다. ▲본지 2012년 11월 16일자 26면 참조

최근 유머사이트 `일베`의 `학력 인증 대란`이 화제가 됐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베 사용자 사이에서 학생증이나 자격증 인증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공격적 보수 색채와 여성 혐오, 패륜 유머로 유명한 일베 사용자 상당수가 국내외 명문대생 및 전문직 종사자로 나타났다. 자신들이 `병신`이 아니라 `병신 코스프레를 하는 일반인`이란 점을 인증한 것. 일베를 혐오하던 다른 커뮤니티가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다.

모 만화 커뮤니티에서는 `업계 선배`라며 만화 기법을 알려주던 이용자가 `만화가를 사칭한다`며 다른 사용자와 운영자에게 공격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실제 중견 만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생활 속 한마디

A:술집 옆 자리에서 앤젤리나 졸리가 웨이터들과 삼육구 게임을 하고 있다.

B:인증이 없으므로 무효!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