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훈풍...장기 불황에 얼어붙은 일본 제조업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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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3D) 검사장비 기업 고영테크놀러지는 올해 2주 동안 일본 고객사로부터 주문 받은 물량이 지난해 1분기 전체 수주량을 넘어섰다. 3D 검사장비는 고가 자동차·전자제품 조립 라인에 주로 사용된다. 고영테크놀러지 외에도 일본 거래 비중이 큰 국내 장비 업체들은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 만큼 일본 제조업체들의 투자가 활발하다는 방증이다.

동경전자박람회(NEPCON JAPAN)2013에 참가한 고영테크놀러지는 부스. 빼곡히 들어찬 일본 바이어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다.
<동경전자박람회(NEPCON JAPAN)2013에 참가한 고영테크놀러지는 부스. 빼곡히 들어찬 일본 바이어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다.>

아베노믹스 훈풍으로 장기간 얼어붙었던 일본 경제가 꿈틀대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정권을 잡은 후 강력한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수출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규모 국채 발행에 따른 금융 완화, 법인세 감세 등 투자환경 개선에도 집중하고 있어 일본 내 투자는 점차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대일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에는 긍정적이지만,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IT·자동차 등 주력 산업 분야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기업들의 투자 움직임을 반영하듯 16일 개막한 동경전자박람회(NEPCON JAPAN)2013에는 유례없이 많은 참가기업 및 방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주최 측은 지난 행사보다 15~20% 많은 방문객들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했다.

아베 정권은 일본 경제의 디플레 탈출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경제재정자문회의와 일본경제재생본부를 부활시켰다.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성장 전략·재정 정책 등 거시 경제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한다. 민주당 정권에서는 거의 유명무실했다. 일본경제재생본부는 고이즈미 정권 때 정책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곳으로 일본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둔다.

자민당이 집권한 후 1달러당 79엔이었던 환율은 89엔까지 상승했다. 엔화 가치가 약 15% 절하된 것이다. 대신 그 만큼 수출 경쟁력은 높아졌다. 법인세 감세·금융지원 등 당근을 내걸고 일본 기업들의 유턴 투자도 유도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급격한 임금 상승·전력 불안 등으로 현지 공장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 원가 비중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지로 철수하고 있다. 그러나 고부가 제품을 생산은 기업은 유턴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캐논이 대표적이다. 캐논은 고급 카메라를 생산하는 오이타 공장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기로 했다.

고영테크놀러지처럼 프리미엄 장비를 일본에 납품하는 국내 기업은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 수출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장에서 만난 도요타의 한 임원은 “전자산업은 그동안 체질이 워낙 약해져 아직 큰 움직임은 없지만, 자동차 산업은 엔화 약세로 탄력 받고 있다”며 “일본 기업인들이 아베 정권에 기대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도쿄(일본)=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