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日 샤프, 중국 공장도 재빨리 '매각'

일본 전자업체 샤프가 중국 난징 소재 LCD TV 조립공장을 레노버에 매각한다고 니혼게이자이가 17일 보도했다. 샤프는 이 공장 운영을 맡은 자회사 난징샤프일렉트로닉스의 전체 주식을 연내 레노버로 넘긴다. 매각 금액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300억엔(약 4400억원) 남짓으로 추산된다. 양사는 이 달 중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중국에서 판매하는 TV에 `샤프 아쿠오스` 상표를 유지하고 동남아와 남미를 포함한 해외시장 공동 개척에 나선다. 또 레노버와 절반씩 출자해 중국 판매용 TV의 개발과 판매를 담당할 합작회사를 설립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가 대만 혼하이에 매각하려 했던 난징 공장을 레노버에 판 것은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샤프는 당초 회사 재건 계획의 일환으로 중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해외 공장 세 곳 모두를 혼하이에 팔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협상 테이블을 열었다. 세부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레노버로 긴급하게 눈을 돌렸다.

샤프는 이 협상으로 중국 TV 시장 공략에 힘을 얻게 됐다. 긴급 자금을 수혈받은데다 레노버라는 안정적인 LCD 패널 공급처까지 확보했다. 두 회사는 중국 내수용 TV패널을 샤프 일본 가메야마 제2공장과 사카이 공장에서 조달하기로 합의했다.

브랜드 인지도도 높인다. 샤프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점유율이 5%에 불과하다.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 브랜드 선호에 높은 관세로 `나홀로` 시장 진출은 무리였다는 평가다. 앞으로 레노버의 탄탄한 판매망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레노버는 샤프의 고정밀 영상표시 기술을 적용해 TV사업에 본격 진출할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5월 TV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후 `K시리즈` 등 스마트TV를 잇따라 출시했지만 PC 제조업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정교한 TV를 내놓지 못했다. 샤프의 이그조(IGZO) 기술 등 정밀한 패널 양산·조립 기술을 이전받을 것으로 보인다.

레노버의 막대한 자금력과 중국 시장을 등에 업은 샤프, 기술 및 마케팅력을 이전받아 PC 시장에 이어 TV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는 레노버가 상생의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관심사다.

샤프는 TV사업 부진으로 지난해 회계연도만 4500억엔(약 5조38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다. 올 가을께 상환할 1500억엔 규모의 전환사채(CB)나 10% 아래로 떨어진 자기자본비율(BIS) 개선 등 풀 과제가 산적하다. 대만 위스트론과 말레이시아 공장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