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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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지향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밑그림이 드러나면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거버넌스(지배구조)와 역할과 기능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에서 `그냥 놔두는 게 최선책`이라는 얘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여러 얘기가 오가지만 전체를 꿰는 핵심은 늘 하나다.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줘야 발전한다는 것이다.

바둑이 세계최고 수준에 오른 것은 문화부에서 담당부서를 따로 둬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관리는 과학기술계 발전에 `독`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미래부 각 부처 R&D 기능 통합 수위를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참에 제대로 된 국가 `싱크탱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주류를 이뤘다. `과학부`(MOS)를 거론하며 5년 뒤 폐지할 부처가 아니라 50년 뒤에도 제 역할을 할 부처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를 뒷받침할 연구원 정년문제나 조직개편 등 적절한 연구 환경 개편 방안도 제기됐다.

산업보다는 과학기술 측면에서 지식재산을 관리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로 접근했던 특허청의 소속 논란은 정리가 됐다. 하지만 정책적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서로 챙기겠다고 논란을 일으키던 우정사업본부는 결국 미래부로 모두 옮기는 것으로 결론 났다. 인력규모가 3만5000명이나 되다 보니 서로들 욕심낼 만도 하다.

최근 출연연은 정년 연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노사 간 쟁점은 크게 둘이다. 10%의 우수 연구원부터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할 것인지의 대립이다. 이 논쟁의 바탕에 불신이 자리했다. 우리나라가 한창 어렵던 IMF 시절 정부가 출연연 모두의 정년을 줄이며 1~2년만 참으면 모두 환원시키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이에 대해 책임질 사람들이 모두 떠났다.

공무원 이기주의와 안일한 처신이 문제다. 출연연 스스로 환골탈태해야 하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출연연을 손대기 위해 연구기관 맏형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출연연 40여개를 만든 맏형 연구 기관이야말로 지난 50년간 역할로 자기 역할을 다 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당연히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당사자는 아니라고, 황당하다고 주장할지 몰라도 일리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출연연의 `비만`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전문연구 단위로의 조직개편이 됐든, 어떤 방식으로든 출연연 목적에 맞게 핵심만 가져가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부에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줄지도 함께 고민해야 나중에 당황스러운 처지를 피할 수 있다. 그런 다음에 정부 개입 없는 과학기술을 당당히 요구하자.

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