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그로스 2.0 이젠 에너지 안보다]기후변화대응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2020년 온실가스 예상배출량 전망치와 감축 목표

기후변화 대응이 올해 새 국면을 맞이한다.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한 교토의정서 개정안으로 2020년까지 선진국 온실가스 의무감축 2차 공약기간이 개시됐다. 2020년 이후 모든 당사국에 적용되는 신기후체제를 위한 협상회의도 본격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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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국 대표들은 올해부터 매년 최소 2회 감축 상향 논의를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 당장 다음 달에 신기후체제에 적용할 원칙, 법적 형태, 온실가스 감축 형태 등 주요 요소에 대한 국가별 제안서 제출이 시작된다.

신기후체제를 위한 작업은 새 정부에 맡겨진 숙제다. 남겨진 시간은 많지 않다. 그동안 다른 국가들에서 지속적으로 선진국 편입을 요구받아 왔던 만큼 2020년 이후 감축목표에 대한 압력은 거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 정부의 기후변화 숙제=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정책은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를 중심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목표관리제를 바탕으로 올해 총온실가스 예상 배출량 5억9000만톤 중 1800만톤을 감축(감축률 3.02%)할 계획이다. 지난해 업체별 감축량의 두 배에 이르는 양이다. 2015년부터는 감축량 초과분을 거래할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 대비 30% 감축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두 배로 늘어난 목표관리제 감축량과 배출권거래제의 시행 모두 새 정부가 끌어안고 가야 할 기후변화 대응 문제다. 여기에 신기후체제 협상회의에도 대비해야 한다. 환경 전문가들은 2020년 이후 기후변화 대응 방향을 이번 정부가 결정하는 만큼 그 책임이 막중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정책기조로 삼으면서 일단 기부변화 대응의 필요성 공유와 제도는 마련된 상황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행동은 크게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999년 370.7ppm에서 2011년 395.7ppm으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가별 배출 순위가 2008년 세계 9위에서 2010년 세계 7위로 계속 상승 중이다.

새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펴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그동안 성장 중심 정책으로 산업계에서 탄소감축량을 놓고 볼멘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으며, 불안한 전력수급 상황은 기존 화석연료에의 의존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일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의 재구성` 공약에서 기후변화 대응 기조를 이어갈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에너지 안보와 경제 성장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는지다.

아직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하기 전이지만 이미 여러 환경단체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놓고 전력수급과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균형을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력수급과 기후변화 대응=6차 전력수급계획은 최근 새 정부 정책제안을 위해 열리는 각종 환경토론회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핵심 이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전력수급 위기의 해법으로 화력발전 설비 증설이 예고되면서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환경부는 자체 조사 결과를 근거로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 화력발전소가 그대로 건설된다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발전 부문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발전소 증설은 곧 배출량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예상배출량의 30%를 줄인다는 정부 목표에 따르면 발전 부문은 당해 예상배출량 2억4200만톤에서 26.7%를 줄여야 한다. 6차 전력수급계획 화력발전소를 현재 가동 발전소 중 가장 효율이 좋고 환경설비가 잘돼 있는 모델로 예상을 해도 2020년 예상배출량은 2억8900만톤으로 기존보다 19.3%가 늘어난다.

문제는 국내 전력수급이 설비 감축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 안보 차원의 시급한 현안이라는 점이다. 강제적인 수요 감축 정책은 지속될 수 없고, 요금인상을 통한 수요 감축은 물가안정 기조로 매번 고배를 마신 만큼 성사 여부가 불확실하다. 원전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아직 국민 공감대를 확보하기 힘들고, 신재생에너지는 단시일에 수급안정을 확보할 수 없다. 최근의 전력위기가 과거 발전설비 감축정책의 결과물이라는 점도 6차 수급계획 발전소 확충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뚜껑도 열기 전에 전력수급과 기후변화라는 상반된 문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국회는 거대한 에너지 사업계획 아래 전력수급과 기후변화의 종합적인 검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6차 전력수급계획 논의가 심도 있게 이루어졌다. 일부 지경위원은 6차 계획이 수요 감축보다는 공급 위주로 설계된 것과 환경문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경부와 환경부는 큰 틀에서 향후 중장기 전력수급을 놓고 두 부처가 협의할 예정이다. 지경부는 온실가스 감축이 국가 목표인 만큼 앞으로 전력수급 간년도 계획 등에 환경부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환경부도 송전선 반영 설비, 원전 계획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포함해 6차 수급계획에서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할 예정이다.

◇에너지 절약으로 두 마리 토끼 잡아야=전력수급과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배출에서 상반된 성격이지만 그 기본 취지와 방향은 국가 지속성장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같다.

안정적인 전력수급은 지속적인 산업 활동과 함께 사회 전반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재작년 9·15 순환정전은 전력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난 경험이었다. 기후변화 대응은 기업이 저탄소 경쟁에 대비해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특히 반도체·제철 등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 비중이 큰 경제구조상 고효율 에너지시설 확보와 저탄소 경영체제는 2020년 이후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다.

전력수급과 기후변화가 동일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상반된 개념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급격한 전기화와 에너지 과소비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낮은 전기요금 체계로 대다수의 1차 에너지원이 전력으로 대체됐고, 에너지 과소비 및 고탄소 경제가 만들어지다 보니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전력수급과 기후변화가 조화를 이루는 에너지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에너지 요금 현실화를 통한 에너지 절약 문화 정착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최근 환경단체들이 각종 토론회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에너지 세제와 전기요금 체계 개편` 공약을 반드시 지켜줄 것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환경 전문가들은 전력수급과 기후변화의 균형에 전제 조건으로 수요 중심 정책을 언급한다. 설비 확대는 지금의 전력상황에서 원자력, 석탄과 같은 기반전력 시설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수요감축 가능량과 추후 전기요금 인상 등을 감안해 송전망, 전력계통운용 제약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전력수급과 기후변화 양축을 조율할 수 있는 전담 채널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지경부와 환경부가 각각 전력수급과 기후변화를 추진하며 업무를 조율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속성장 및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두 정책을 통합 검토하는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3년 부문별 예상배출량 및 배출허용량(단위: 천 CO2톤)

자료: 환경부

[소박스]배출권거래제 준비작업 개시

지난해 부처 이전으로 세종시 시대를 연 환경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배출권거래제 시행 준비 작업에 나선다.

환경부는 2015년 성공적인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위해 기본계획 및 관련 고시제정 등 준비 작업을 다음 달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작업에서 배출권거래제의 기본 틀과 할당계획, 관련 고시, 배출권 거래소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전망이다. 당장 22일에는 관련 업무 전담부서인 배출권거래소준비기획단이 현판식을 하고 공식 업무에 들어간다.

환경부는 6차 전력수급과 관련,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관련 업무는 지경부와 중장기적으로 협의, 조율해 나가고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산하기관도 배출권거래제 준비 작업에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3자 검증사업을 실시 중인 한국환경공단은 지난달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서 작성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 운영 등에 관한 지침 해설서`를 발간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배출량 검증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전기전자, 폐기물 등 업종별 온실가스 및 에너지 사용량의 세부검증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과학원은 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상반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관리업체 담당자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관련 정책을 총괄하기 위한 연구사업도 시작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올해부터 `기후변화 대응 통합정책기반기술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총 835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으로 한국형 온실가스 감축모형 개발, 온실가스 감축 관리를 위한 기반기술, 기후변화의 영향 및 취약성 평가 모델, 의사결정 지원 모델 등 기후변화 적응 관리기술들이 개발될 예정이다.

환경부는 배출권거래제 준비작업 과정에서 기업의 경쟁력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설비 설치, 기술개발 사업의 금융 세제상 지원 등 지원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황석태 기후대기정책과장은 “성공적인 배출권거래제 정착을 위해서 기본계획부터 고시제정까지 사업 관련 전반의 기본 틀 작성을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며 “올해가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관련해 가장 바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