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이 좁다]강용성 와이즈넛 대표

와이즈넛의 올해 캐치프레이즈는 `월드 와이드 와이즈넛`이다. 국내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그동안 일본과 중국 중심이던 해외 사업을 미국을 비롯한 타국으로 폭넓게 확대하는 게 목표다. 특히 미국은 와이즈넛의 모태인 와이즈넛닷컴이 출범한 곳이다.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도 있다.

[이제 한국이 좁다]강용성 와이즈넛 대표

와이즈넛은 이런 모든 일을 진두지휘할 수장을 올해 새로 뽑았다. 강용성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와이즈넛 3대 대표에 취임한 강 대표는 와이즈넛 설립 이듬해인 2001년 합류해 약 12년간 영업,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전 직장인 LAS21에서 30세의 젊은 나이에 독일 법인장으로 유럽 사업을 책임졌던 그는 와이즈넛으로 자리를 옮겨 공공영업팀장을 맡았다. 술을 잘 하지 못하던 그에게 영업팀장은 쉽지 않은 자리였다. 그래서 고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강 대표는 “고객이 검색엔진이나 지식관리시스템(KMS) 도입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 같이 고민하고 기획서를 써줬다”며 “미팅을 마친 바로 다음날 아침 기획서를 보내주자 고객들의 반응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입사 후 5년간 강 대표의 평균 퇴근 시간은 새벽 1시였다. 주 6일 근무에 일요일도 격주로 출근했다. 낮에는 고객을 만나고 밤에는 기획서를 쓰는 날들이 반복됐다. 직원이 30명가량이던 시절이라 누구에게 부탁할 수도 없었다. 혼자서 템플릿을 만들었다. 신혼여행이 첫 휴가였을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와이즈넛의 대표 통합검색엔진 `서치 포뮬러 원(SF1)`의 브랜드 네임도 강 대표의 작품이다. 2002년 사내 공모에서 선정된 서치 포뮬러 원은 강 대표가 독일에서 근무할 때 인상 깊게 봤던 자동차 경주에서 연상한 명칭이다.

강 대표는 “운전자 한 명이 아니라 연료 주입과 타이어 교체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한 팀으로 일하는 포뮬러 경기처럼 협동과 팀플레이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포뮬러 머신처럼 빠른 속도를 가진 검색엔진이란 뜻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즈원은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용 검색엔진 시장에서 고객사를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국내 검색솔루션 기업으로는 최초로 `국산 SW업체 100억 클럽`에 가입했다. 그리고 탄탄해진 국내 사업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04년 멕시코 전자정부 시스템에 제품을 공급한 게 해외 진출의 시작이다. 이후 미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중국 등지로 제품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초기 해외 진출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사는 2007년 미국 MSNBC다.

MSNBC는 미국의 대표적인 뉴스포털 업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편집·배포하고자 했던 MSNBC는 뉴스관리 시스템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검색기능 강화를 추진했다. MSNBC는 서치 포뮬러 원을 도입해 검색기능 강화, 개인화 분류 기능 제공, 편의성 증대 등의 효과를 거뒀다.

강 대표는 “서류가 통과됐지만 무작정 기다려서는 안 될 것 같아 약속도 없이 미국으로 찾아가 실무자를 만났다”며 “짧은 시간에 데모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창하지 않던 영어로 프fp젠테이션을 했는데 이런 진심이 통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고개를 들던 해외 사업은 정권이 교체되던 2008년 국내 매출이 저하되면서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2009년 사업이 정상화되며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초점을 맞춘 곳은 가까운 일본이었다. 와이즈넛은 2006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고 2008년 도쿄 사무소를 개설했다. 일찍부터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진출이 수월했다.

히타치 등 대형 파트너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20여 지자체에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타워레코드 상품 검색엔진으로 와이즈원 솔루션을 공급했다.

강 대표는 “타워레코드 같은 B2C 형태 민간업체는 검색이 바로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검색엔진 성능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 민간업체에서 국내 검색엔진을 도입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어설픈 기술로는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기가 힘들다는 게 강 대표의 얘기다. `기다리다 망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일본 고객의 눈높이는 높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본 고객은 공개 가능한 소스 단위까지도 검사한다. 고객사를 위한 교육 시스템, 일본어 매뉴얼 등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강 대표는 “일본 고객들은 공급사가 어느 정도 사업을 할 준비가 됐다고 평가되면 규모가 작은 사업을 먼저 주고 안정화 기간이 지난 다음에 큰 사업을 맡긴다”며 “5년 정도 일본 사업에 투자해온 결과 이제 큰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와이즈넛은 2008년 상하이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했다(20011년 법인 전환). 중국 시장은 라이선스 판매보다는 쇼핑몰 같은 서비스 사업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오픈한 소셜쇼핑 검색사이트 `방우마이닷컴`이 대표적이다. 중국 법인은 미국 벤처 투자업체 오크인베스트먼트에서 80억원을 투자받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사업이 궤도에 올랐지만 강 대표의 최종 목적지는 역시 미국이다. MSNBC 사례 이후 미국 사업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련도 남는다. 결국은 최대 규모 시장인 미국에 진출해야 한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강 대표는 “인수합병으로 인해 검색을 전문으로 하는 외산 업체들이 사라진 미국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며 “미국은 와이즈넛닷컴이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곳이라 아직도 인맥과 협력업체가 남아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 미국 시장에 국산 검색엔진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강용성 와이즈넛 대표 약력

2000년 도이치 LAS GmbH(독일) 법인 책임

2000년 LAS21 유럽사업 책임

2001년 와이즈넛 공공영업팀장

2007년 와이즈넛 해외사업부 이사

2008년 와이즈넛 솔루션사업부 부서장

2011년 와이즈넛 전략기획실장

2012년 와이즈넛 상무

2013년~ 와이즈넛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