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해외 진출 성공의 조건 <4>통계자료를 만들자

통계자료는 모든 사업을 추진할 때 의사 결정과 성과 판단을 위한 토대다. 정부도 자료가 있어야 부족한 부분은 지원하고 지나친 부분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산업에 통계자료는 없다. 정확한 업체 수와 시장규모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도 없는 실정이다.

해외 진출 기업을 위한 자료는 말할 것도 없다. 어느 나라에 얼마나 많은 기업이 진출했는지, 그 나라 SW시장 규모와 틈새시장은 무엇인지 등 통계자료 작성이 시급하다.

◇통계자료 없어 귀동냥이 전부=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SW 관련 통계자료를 만든다. 하지만 다른 전자기기와 함께 조사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낮고 조사 품목도 다양하지 않다. 통계청 등 정부가 공식 인정한 SW 관련 통계는 전무하다. 오히려 국내 SW 통계를 IDC 등 해외 시장조사업체가 작성하는 실정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통계자료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SW는 산업 특성상 별도 조사가 어렵다”며 “해외진출의 경우 제품 하나 공급한 것을 수출로 봐야 할 지, 몇 년간 실적이 없는 기업을 수출기업으로 봐야 할 지 등 기준 정하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SW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다. 선행 기업의 노하우와 귀동냥이 전부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는 믿고 사업을 추진할 만한 해외 파트너사,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 국내 업체들의 진출 현황 등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김형곤 투비소프트 대표는 “통계자료는 의사결정을 할 때 판단 기준이 되는데 제대로 된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SW가 다른 산업에 비해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민간 역할 분담해 통계 만들어야=SW 통계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통계청 자료뿐만 아니라 국세청 등 여러 기관의 자료를 열람·취합해야 한다. 하지만 각 부처마다 나뉘어 있는 통계자료를 한국SW산업협회와 같은 민간에서 열람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같은 기관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조현정 한국SW산업협회 회장은 “통계자료 작성을 위해서는 부처별 자료를 취합할 수 있는 권한과 비용이 필요하다”며 “NIPA나 미래창조과학부 내에 관련 팀이 신설된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NIPA는 지난달 정책연구팀을 신설하고 SW 통계조사 기능을 하도록 역할을 부여했다. 10여명 내부 인력과 4~5명 외부 인력이 SW 통계조사를 담당한다. 임베디드 SW처럼 명확한 조사가 어려운 분야도 간접 데이터로 통계자료를 작성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관련 자료는 NIPA가 해외에 파견하는 퇴직전문가들을 통해 수집한다.

박수용 NIPA 원장은 “코트라에서 해외 수출 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해왔지만 IT에 특화된 통계자료 작성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기관, SW협단체가 역할을 분배해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통계자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