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재기업 현장을 가다](1)래리 웬들링 쓰리엠 CTO 인터뷰

쓰리엠은 세계 35개 지역에 연구개발(R&D) 센터 85곳을 두고 있다. 본사 중앙연구소에서 R&D 인력의 절반에 가까운 4만1000여명이 근무한다. 이 곳에서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각 지역에 흩어진 R&D 성과물을 취합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한다.

래리 웬들링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모든 기술 인력이 언제 어느 때고 정보를 공유하고 융합 제품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각 지역에 흩어져 있고, 46개 플랫폼으로 퍼져 있는 기술들 간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원칙이다. 지금까지 쓰리엠을 지탱해 온 힘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는 “단 하나의 마법 같은 기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전 세계 전문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연구원이 있다면 전문가로 등록된다. 특정 제품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인 난제가 생기면 그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쓰리엠 제네시스`라는 제도도 특이하다. 매년 15명에 10만달러까지 지원하는데, 선정 기준은 본연의 업무 외에 다른 분야에서 성과를 낸 사람이다. 연초 예산을 책정할 때 없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직원 평가에 다른 연구나 동료를 얼마나 도왔는가도 중요한 항목에 포함시켜 협업 문화를 조성했다.

당장 쓰이지 않을 기술이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개발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이미 7년 전 멀티 터치가 가능한 터치센서 관련 소재를 개발했다”며 “이후 몇 년 지난 후 고객이 관련 소재가 있는지 문의해 왔을 때 즉시 대응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은 쓰리엠이 할 수 있는 게 뭔지 잘 모르니까 `이런 기술이 있는지` 물어볼 때가 많다”며 “고객이 필요로 할 때 빠르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게 우리 강점”이라고 자랑했다.

지난해 쓰리엠은 매출액의 5.3%를 R&D에 투자했다. 올해는 6%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100년 넘은 회사 CTO의 가장 큰 고민은 뭘까. “가장 큰 숙제는 우리가 가진 지식을 후배들에게 어떻게 물려줄 수 있는가”라는 답을 들으니 이 회사의 100년 후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