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美에선 속도조절, 한국선 공격 모드"

북미 시장 철수설이 나올 만큼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화웨이가 한국에서는 올해 100% 성장한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국내 진출 10년 만에 1000억원대 매출을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네트워크 장비의 보안 문제가 이슈로 제기됐지만 `보안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보안 정책 강화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8일 화웨이코리아에 따르면 화웨이코리아는 올해 매출 1300억원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작년 730억원 규모였던 매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법인 규모도 50% 이상 확대한다. 화웨이코리아는 최근 엔지니어 파트 인원을 두 배 늘리기 위해 아래 대규모 채용에 들어갔다. 전사적으로 80명 수준인 법인 규모를 100인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현재 사무실 규모의 세 배에 달하는 상설 전시장도 갖춘다. 6월 중 서울 시내에 무선 AP, 모바일 라우터 등 네트워크 단말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쇼룸을 구축해 파트너와 대 고객 접점을 확대한다.

화웨이코리아는 이미 올해 1분기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수 화웨이코리아 전무는 “1분기가 비수기임을 감안해도 지난해 동기 대비 30%가량 성장했다”며 “올해 1000억원대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코리아는 고객 정책, 기술력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현지 고객사의 요구에 맞춘 솔루션 커스터마이징 등 적극적인 대응자세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전무는 “로컬 사이트에는 철저하게 로컬 엔지니어가 들어간다는 것이 화웨이의 보안 원칙”이라며 “올해는 엔지니어 풀을 더 넓혀 신속한 대응체계를 강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약 40조원 매출을 기록하며 에릭슨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 사업자에 올라섰다. 유일하게 유선, 무선, 휴대폰, 소프트웨어는 물론 각종 단말과 장비에 들어가는 ASIC 칩까지 자체 생산하는 기업이다.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 IT기업의 영향력이 커지자 보안 등을 이유로 자국 시장에서 견제에 나섰다. 북미 공공기관이 중국IT장비를 도입할 때 FBI의 사전승인을 받게 하는 등 장벽을 높였다.

화웨이는 미국의 견제가 노골적으로 이어지자 최근 미국 내 목표 매출을 150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하향 조절하는 등 우회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단 한 번도 진출한 시장에서 철수 한 사례가 없다”며 “미국과 한국은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화웨이의 공세가 음으로 양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화웨이 전략 지역 중 하나다. 올해부터 국내 중소통신장비 업체와 협업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학수 화웨이코리아 전무는 “미국-일본-한국이 화웨이가 생각하는 선도 시장”이라며 “특히 한국은 연구개발(R&D) 성과물을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시장으로 그룹 글로벌 진출의 최전선”이라고 평가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