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비트코인, 디지털 화폐혁명인가? 찻잔 속 태풍인가?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이 6000년간 공고했던 정부 통제 화폐제도에 작은 균열을 일으켰다. 인터넷에서 1비트코인만 채굴해도 상당한(한화로는 10만원 이상) 화폐가치가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전문 채굴꾼들도 생겨나는 추세다.

[이슈분석]비트코인, 디지털 화폐혁명인가? 찻잔 속 태풍인가?

위협을 느낀 미국, 영국 등 각국 정부는 최근 비트코인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 움직임을 보인다. 일반인에게는 개념조차 생소할 정도지만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새로운 화폐제도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데이터만으로 거래하는 신개념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은 개인이 소유하는 `금` 같은 화폐가 아니라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전자 화폐다. 지난 2009년 1월 일본의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이자 수학자가 개발했다고 알려졌다.

화폐 가치는 주가처럼 매일 등락을 반복한다. 1비트코인은 미국 달러로 5일 기준 103달러다. 도입 초기 0.5센트에서 시작해 지난 4월 초 266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틀 만에 120달러로 폭락했다. 현재 약 110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보인다.

비트코인은 일종의 소프트웨어 코드다. 수요에 관계없이 공급량이 제한돼 있다. 향후 100년간 최대 2100만 비트코인까지 온라인에서 `채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도권 화폐량 조절이나 특정인 계정 동결 등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금처럼 원자재 자산의 성격도 있다.

거래는 중앙은행 없이 오로지 P2P 방식으로 교환자 간의 직접 거래가 이뤄진다. 비트코인 공식사이트에서 자신의 운용체계(OS)에 맞는 `비트코인 지갑`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실행하면 은행 계좌 비슷한 자신의 주소가 생긴다. 모든 거래는 이 주소를 통해 진행된다.

화폐의 거래 내용은 하나도 빠짐없이 `블록체인`이라는 곳에 시간 순서대로 기입하게끔 돼있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회계 장부 기능을 하며 송금 사기나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블록체인 관리는 `크립토그래피` 형식의 복잡한 언어를 통해 암호화되며 암호화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래머들에 의해 유지된다.

이 암호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채굴`이라고 부른다. 비트코인을 버는 방법이다. 이 작업을 거쳐야만 새로운 비트코인이 발행된다. 비트코인은 프로그래머들이 가진 연산 능력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일종의 `연산본위제`를 따르는 화폐다.

[이슈분석]비트코인, 디지털 화폐혁명인가? 찻잔 속 태풍인가?

◇사용범위 확대되고 채굴정보 교류도 활발= 비트코인의 거래 범위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면 달러, 엔, 위안 등 국가별로 다른 화폐나 바꿀 필요가 없다. 복잡한 환율도 적용되지 않는다. 2010년 이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20개의 온라인 몰만이 비트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승인했지만 현재 수천 개의 인터넷 쇼핑몰이 비트코인 거래를 허용한다.

도입 초기 비트코인은 정부의 거래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온라인 도박과 마약 거래에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점차 오프라인 식료품 상점이나 주유소처럼 일상적인 물건 구매에 활용되는 등 빠르게 양성화되고 있다. 지지자들은 인터넷의 시작도 포르노였다는 점을 들며 대중화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비트코인 구매자들은 비트코인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1비트코인의 가치가 저평가돼있을 때 사들였다가 고평가 됐을 때 파는 식이다. 사람들이 금을 사고파는 원리와 똑같다. 구매는 비트코인 공식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또는 비트코인 거래기록에 관한 암호화 문제를 풀어 코인을 채굴하며 한 번 문제를 풀면 50비트코인을 벌 수 있다. 그러나 푸는 시간이 8개월이나 걸릴 정도로 문제가 복잡해 채굴꾼들은 서로 연대해 조직적인 채굴에 나선다. 수백 명이 모인 인터넷 비트코인 커뮤니티도 활발히 운영된다.

◇미국발 규제 움직임 고개 들어= 새로운 화폐를 꿈꾸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각국 정부의 규제를 넘어야 한다. 돈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적극적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재원 확보를 위한 과세 목적도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달 15일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세계최대 운용업체 `마운트곡스` 계좌를 동결했다. 미국 정부의 첫 비트코인 단속으로 허가 없이 화폐 거래 사업을 했다는 것이 이유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가상통화 업체를 모두 `금융서비스업`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비트코인으로 실제 삶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직접적인 이유는 대규모 돈세탁 사태다. 가상화폐 거래소 `리버티 리저브(Liberty Reserve)`가 7년 동안 60억 달러(약 6조8000억원)의 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법무부는 리버티리저브가 7년간 아동 포르노 웹 사이트와 마약 거래 범죄자들의 불법자금 돈세탁을 도왔다며 관계자들을 체포하고 사이트를 폐쇄했다.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유통 업체 감독 강화와 함께 허가제 등 구체적 규제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도 국세청이 감독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을 검토 중이다. 정부 규제는 비트코인 등 사이버화폐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 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사이버화폐 최대 매력이다. 사용자가 없어지면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규제에 따른 합법화로 양성화의 길을 걷는다면 시장이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