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홀리데이, 외국어 배우러 갔는데 아르바이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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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는 K씨는 졸업을 앞두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활용해 일본으로 1년간 어학연수를 떠났다. 현지에서 돈을 벌며 외국어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2배가량 비싼 방세, 교통비 등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장시간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일본어 공부는 뒷전이 됐다.

#영어 회화 실력을 늘리기 위해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서 유학 생활을 보낸 W씨. 그는 입국 초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탓에 번번이 면접에서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겨우 구한 일자리는 농장에서 과일을 수확하는 작업. 단순 노동이었기 때문에 영어 실력은 늘지 않았다. 생활비 확보가 급했던 W씨는 그 후로도 수개월간 농장에서 일해야 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어학연수를 떠난 취업준비생들이 현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하루 일과 대부분을 아르바이트로 보내는 `주객전도`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도쿄 워홀러(워킹홀리데이 참가자)인 한 대학생은 “적은 비용으로 단시간에 일본어를 습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아르바이트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워 스스로 신경 쓰지 않으면 공부할 여건을 만들기 어렵다”고 전했다.

워홀러들이 돈 벌이에 급급한 이유는 환율·물가·근로법·세법 등 해당 국가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일례로 일본은 한 달에 88시간 이상 일해 받는 급여에는 4∼5% 세금을 부과한다. 한 달 급여를 10만엔(약 110만원·교통비 별도)으로 가정하면 실제로 수령하는 금액은 9만5000엔 수준이다. 평균 5∼6만엔 가량인 방세를 지불하면 남은 3만엔으로 한 달을 보내야 한다. 아르바이트에 발이 묶인 생활이 지속되는 이유다.

우리나라 워홀러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하고 있는 호주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와 달리 제한 인원수가 없고 신청 절차가 간편해 매년 3만명을 웃도는 인원이 호주로 향한다.

하지만 높은 물가 탓에 생활비가 부담이다. 호주의 버스·전철 등 교통비는 우리나라보다 2∼3배 비싸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려 하지만 영어 능력의 한계로 단순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현지 어학원에 다니려고 해도 수강료와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로 모두 해결하기는 무리다. 최근 호주달러 환율(1호주달러=약1017원)이 요동치고 있어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부탁하기도 어렵다. 일도 어학도 얻지 못하는 셈이다.

외교부는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whic.kr)`에서 우리나라와 워킹홀리데이를 체결한 국가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각 나라 상세 정보, 구인정보, 체험 수기 등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올해 전국 40여개 대학을 순회하며 워킹홀리데이 설명회도 개최한다. 외교부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 관계자는 “공신력 있는 사전 정보, 초기 정착 자금, 생활 외국어 회화 능력은 워홀러의 필수 요소”라며 “무엇보다 확고한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