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업계, 내년 화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양산 투자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내년 최대 화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LG 모두 연내 양산 출하에 돌입한 뒤 시장 반응에 따라 내년께면 본격적인 설비 투자 확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침체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오는 11월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양산하기로 하고 이후 생산능력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첫 제품은 `깨지지 않고 가벼운` 컨셉트폰용으로 선보여 현재 양사 파일럿 라인의 생산능력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반응이 좋으면 당장 메가급 모델 하나조차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생산능력이 부족하다.

현재 생산능력으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우월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2라인 내에 5.5세대(1300×1500㎜) 월 8000장의 원판을 투입할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수율이 100%라고 가정해도 5~6인치 패널 100만~1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정도다. 이 파일럿 라인에서 연구개발(R&D)도 진행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월 수십만대 출하가 겨우 가능한 수준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A2 증설라인(익스텐션)을 일반(rigid)과 플렉시블 겸용 라인으로 설계한 이유다. 지금 설비는 모두 일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이지만, 추가로 장비를 들여놓으면 플렉시블로 전환할 수 있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규 공장인 A3 전체를 플렉시블 전용 공장으로 계획했을 만큼 적극적이었다.

LG디스플레이도 적은 규모의 생산능력을 늘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 회사는 4.5세대(730㎜×920㎜) AP2 라인 내에 일부를 플렉시블 파일럿 라인으로 가동하고 있다. AP2 전체 라인은 원판 투입기준 월 7만5000장 수준이지만, 플렉시블 라인은 그 중 1만 2000장 정도로 알려져 있다. 수율 100%를 가정해도 생산능력은 월 50만대 이내인 것으로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5월 캐나다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최신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생산능력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생산능력이 부족해지면 일차적으로 구미 6세대(1500㎜×1850㎜) 라인을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유력하다. 6세대 라인은 현재 저온 폴리실리콘(LTPS) 공정으로 전환 투자를 진행 중이다. LG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OLED는 LTPS 기반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외에도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플렉시블 OLED를 개발하고 있으나 양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얇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깨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얇아서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도 있다. 깨지지 않는 스마트패드는 교육용으로도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디스플레이뱅크는 내후년 상반기부터 몇 년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강민수 IHS 연구원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애플리케이션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며 “여러 장점이 많아 적합한 시장이 나타나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