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나라 전체가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벤처 강국 이스라엘. 이스라엘 벤처의 힘은 정부의 체계적 지원에서 나온다. 대표 프로그램은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 산하 수석과학관실(OCS:Office of the Chief Scientist)이 운영하는 `트누파(TNUFA)`다. 트누파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실패 용인이다.

정부 지원을 받고자 트누파에 지원하는 스타트업은 연간 500여개다. 철저한 검증 속에 이중 130여개만 트누파 지원을 받는다. 초기 스타트업이 테크놀로지 인큐베이터(TI)에 입주하거나 엔젤투자를 받는 것까지가 트누파의 임무다. 130여개 기업 중 평균 20%가 성공적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트누파는 성공 기업에서 원금 20%와 리보금리 수준 이자를 받는다. 지원 기업이 향후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성공하거나 다른 기업에 매각되면 초기 지원금의 300~600%를 추가로 받는다. OCS는 별도 정부 예산 없이 회수한 원금과 이자 등으로 자금을 마련한다. 성공한 선배 스타트업이 트누파로 후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셈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실패한 스타트업 80%는 아무런 상환의무를 지지 않는다. 정부의 지원과 관리 아래 노력한 만큼 실패에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는다. 80% 기업은 실패라는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새로운 창업을 도전한다.

빚은 물론이고 실패자라는 낙인 하나 없이 실패 경험을 쌓은 업그레이드 된 창업자로 거듭난다. 정부는 이들을 다시 트누파로 유인하고 생태계가 풍성해진다. 연대보증으로 빚더미에 앉아 평생 실패자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야 하는 국내 창업 생태계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글로벌 IT기업 구글의 탄생도 미국의 실패 용인 문화 덕에 가능했다. 지난 4월 청와대를 방문한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는 “실패해도 학교에서 다시 받아주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창업을 결심할 수 있었다”며 “학교는 물론이고 국가와 사회가 위험을 함께 부담하며 실패를 인정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