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샷 인터뷰](1)자리 키나레트 EU 미래주력기술 사업 책임자 "10년 프로젝트로 그래핀 상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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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Graphene), 탄소나노튜브(CNT) 등 `꿈의 소재`를 발견하고 연구개발(R&D)에 착수한지도 1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 나노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반도체 회로 선폭은 10나노미터(㎚) 단위까지 줄었다. 물질을 나노 단위 분말로 만들어주는 분쇄 기술, 물성이 다른 나노분말 원료를 섞는 합성 기술 개발에 힘입어 다양한 신소재도 출현했다.

전자신문 창간 31주년 기념 나노석학 대담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홍순형 카이스트 교수, 자리 키나레트 칼머스대 교수, 정현식 서강대 교수가 대담을 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전자신문 창간 31주년 기념 나노석학 대담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홍순형 카이스트 교수, 자리 키나레트 칼머스대 교수, 정현식 서강대 교수가 대담을 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하지만 여전히 그래핀과 CNT는 본격 상용화의 길이 열리지 않았다. 최근 터치스크린패널(TSP) 등에 CNT가 일부 응용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양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래핀 역시 비슷한 처지다. 흑연(그라파이트)에서 바로 추출할 수 있어 희토류나 귀금속류 물질에 비해 저렴하지만 원하는 물성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전자신문은 창간 31주년을 맞아 그래핀 분야 석학 3인을 한 자리에 모았다. 자리 키나레트 EU 미래주력기술사업(FET 플래그십) 그래핀 연구팀 단장(스웨덴 찰머스대학교 응용물리학부 교수)과 홍순형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정현식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가 참석해 그래핀 기술 개발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홍순형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현재 그래핀 기술 개발 현황을 평가해보자. 일단 CNT에 비해 그래핀은 10년 이상 늦게(2002년 경) 시작했다. 연구 기간이 짧지만 물리적·화학적 성질 중 알아낸 부분이 꽤 있다. 최근에는 합성 방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자리 키나레트 EU미래주력기술 사업 그래핀 연구팀 단장=그래핀은 처음 스카치 테이프로 한 장씩 떼어내다가 이제는 100m에 달하는 길이로 추출할 수 있게 됐다. 관련 논문 숫자만 매년 40%씩 증가한다. 특히 지난 2년간 특허 수가 두 배로 늘면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정현식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학문적으로는 성과가 많았다. 물성에 관한 연구가 많이 됐다. 지난 7~8년 동안 새로운 성질을 많이 발견했다. 학문적으로는 성과가 많았다. 그래핀은 실리콘에 비해 100배 이상 전기 전도도가 높고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강하다. 열 전도성은 구리나 알루미늄에 비해 10배 이상 좋다는 것도 밝혀냈다. 어떻게 응용할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홍순형=그렇다면 해결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나노 플레이트`라고 불리는 직경 30인치 가량의 대면적 그래핀 시트를 만들 정도에 이르렀지만 숙제가 적지 않다. 아직 결함이 많아서 이를 어떻게 제어해 산업화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자리 키나레트=아직 그래핀의 한계라고 이야기할만한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그래핀이 물성 측면에서 벤드 갭이 없어 고품질을 요구하는 제품인 디지털 기기 등에 사용하려면 새로운 방법론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진입하기 쉬운 산업부터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첫 번째로 경량화 소재에 쓰이고 그 다음은 에너지, 플렉시블·웨어러블컴퓨팅용 합성소재 분야, 복합구조설계나 배터리 전극소재로 넘어간 다음 TSP 등 전자 응용 분야가 나올 것이다. 반도체나 고주파(RF) 전자 쪽에 쓰이려면 물성 개선이 필요하다. 이미 경량화 소재는 그래핀을 응용한 테니스 라켓 등이 출시돼 선수들이 사용하고 있다.

◇홍순형=처음 그래핀을 발견했을 때는 실리콘 대체 소재로 인식됐는데 지난 10년간 현실적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많이 발견했다. 최종 목표는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를 대체하는 것이다.

◇정현식=상용화를 말하자면 결국 산업계가 움직여줘야 한다는 건데, EU에서는 대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원하는 기술 기준(스펙)을 제시하면서 중소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들었다.

◇자리 키나레트=지난 2004년 그래핀 연구가 유럽에서 시작되면서 연구 측면에서는 강점을 보였지만 산업화가 뒤졌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래서 EU FET 사업이 나왔다. 10년동안 10억유로를 투자한다. 대학교·연구소·산업계가 모두 참여하고 상품화, 일자리 창출까지 염두에 뒀다. 그래핀 기술은 뇌과학과 함께 2대 미래 산업으로 분류된다.

EU 산학연은 소재·부품·시스템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가치사슬이 형성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소재를 개발해도 중간 부품사가 응용 투자를 하지 않으면 진전이 안 된다. 수요기업이 적극적으로 채용하려는 의지도 있어야 한다. 아쉬운 건 유럽에 본사를 둔 기업만 지원을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삼성처럼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다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있어 관련 회사들을 한자리에 모으기가 쉽지 않을까 싶다.

◇홍순형=우리가 앞서가는 분야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 국가 R&D 사업(미래산업 선도기술 개발 사업)을 기획할 때 소재·부품, 최종 수요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공동 연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기획안을 짰다. 정부 차원에서는 공동 목표를 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처음에 기획했던 것보다 올해 예산이 많이 삭감됐다. 정부 예산 180억원과 민간 투자를 매칭하자는 기획인데 정부 예산이 40억원으로 줄었다. 내년부터라도 좀 더 R&D가 뒷받침될 수 있길 기대한다.

◇정현식=삼성전자 등이 주도하는 산업계 연구가 아직은 거의 없다. 한국이 연구계에서는 선도 국가 중 하나인데 낙오될 위험이 있다. 모든 과학기술을 통틀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몇 안 되는 기술이 그래핀이다. 대면적 성장, 소자 기술 등은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에서 그래핀 관련 특허 10위권 안에 드는 기관을 조사했는데 그 중 3곳(삼성전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성균관대)이 한국 소속이다. 조직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미흡하다. 유럽에서는 에어버스·필립스·노키아를 비롯해 화학·항공·전자 업계 대기업이 다수 참여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유럽과 거의 동시에 그래핀 기술 개발을 기획했는데 우리는 예산이 자꾸 준다.

◇홍순형=물질이 나노화가 되면 전에 없던 특성들이 나온다. 요즘 창조경제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나노야말로 창조 기술의 기초 원천기술이다. 앞으로 그래핀 등 나노기술의 연구방향은 기초 연구를 자유롭게 하고 좋은 기술을 발굴해 상용화하는 투 트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물리·화학을 따로 하는 게 아니고 재료·기계·전자전기가 같이 융합되는 분야다.

◇정현식=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은 아무래도 웨어러블 컴퓨터 등 소프트한 전자기기, 사람 뇌의 뉴런과 IT의 접목 등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때는 안전성도 고려해야 한다.

◇자리 키나레트=그래핀은 기술의 미래라고 해도 될 것 같다. EU는 특히 나노 물질의 안정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가져야 팔릴 수 있을 것 아닌가.

◇정현식=그래핀은 구조가 넓적한 평면이라 인체 세포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홍순형=한국과 EU가 협력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과학자들끼리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건 쉬운데 상용화가 임박해지면 기업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어려운 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정현식=포럼이나 학회 등 만남의 장을 자주 열면서 연구자나 정책 결정자가 교류하도록 해야 한다. 유럽 그래핀 플래그십 자문위원회에 한국인 홍명희 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자리 키나레트=기초 연구 레벨에서 활발한 교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걸 정부가 도와주면 협력의 길이 터질 것이다. EU와 한국의 국제 공동연구 기금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 EU는 그래핀에서 이미 큰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한국 역시 선도 국가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본다. 정례 모임의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

정리=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