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DNA]거대 구글을 움직이는 힘 `스타트업처럼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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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규모가 커질 수록 의사 결정이 느려지고 이런 과정을 자연스럽게 여깁니다. 매우 비극적인 일입니다.”

2011년 구글 최고경영자(CEO)로 다시 복귀한 래리 페이지는 구글이 과거와 달리 의사결정 속도가 매우 늦어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약 3만명의 구성원으로 커진 구글은 신속함과 민첩성이 약해지고 거대 관료 기업으로 변화했다. 페이지는 구글에 다시 신생기업처럼 움직이는 민첩함을 불어 넣어 기업의 혁신을 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은 자유롭고 혁신적인 기업문화의 아이콘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은 자유롭고 혁신적인 기업문화의 아이콘이다.>

◇회의를 뒤집다=페이지가 복귀 후 처음 손 본 대상은 명확한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회의 방식이었다. 신생기업처럼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새로운 회의 원칙을 만들었다.

우선 모든 회의는 한 명의 명확한 의사 결정자가 참석토록 바꿨다. 의사 결정자가 참석하지 못하거나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아예 회의를 하지 않는다. 아무런 결정이 안 나오는 회의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의사 결정 안건이 일정을 기다리지 말라는 두 번째 회의 원칙을 세웠다. 의사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회의를 연다. 의사결정 안건에 맞춰 회의를 한다.

회의는 의사결정과 브레인스토밍으로 나뉜다. 회의를 소집하기 전에 목적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회의 소집 방법도 간단하다. 구글 직원의 캘린더는 모두 공유된다. 구글 캘린더에 들어가 회의에 꼭 필요한 사람 일정을 파악하고 회의 시간을 정하면 된다. 구글 캘린더에 비워놓은 일정은 회의가 가능하다는 표시다.

회의가 결정되면 목적과 방법을 미리 알려줘 생각할 시간을 준다. 구글에서 회의는 50분으로 제한된다. 10시에서 11시 사이 캘린더에 회의를 소집하면 자동으로 10시에서 10시 50분으로 맞춰진다. 꼭 한 시간을 채울 필요가 없고 가능하면 빨리 끝내란 의미다. 회의에 참석하는 인원은 8명 이상을 넘지 않는다. 참가자는 반드시 발언해야 한다.

◇경영진과 접촉을 늘려라=구글엔 경영진 불펜(Bullpen)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1년 페이지가 CEO로 복귀하며 임원실 앞에 의자 하나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직원들이 오가기 편한 곳에 놓은 작은 의자를 두고 문제를 듣고 즉석에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 창업 당시 개발자와 함께 사무실을 쓰며 문제를 바로 해결하고 결정했다. 조직이 커지면서 경영층과 개발자 간 심리적, 물리적 거리가 멀어졌고 현장 이슈가 잘 보고되지 않았다. 페이지는 마운틴뷰 본사 빌딩 43에 작은 소파를 두고 자신과 제품관리 부사장, 유튜브 최고 임원, 엔지니어링 임원 등 주요 경영진이 일주일에 몇 시간씩 불펜 투수처럼 대기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구글 직원은 누구나 경영진과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페이지 CEO와 브린 창업자, 에릭 슈미트 회장 등이 참여해 제품 로드맵과 비전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한 모든 직원이 회사의 방향과 미래를 공유하는 자리다. 거대 기업이지만 신생기업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시도다. 위계질서를 버리고 상호 신뢰와 개방 속에서 최대의 효율을 추구한다.

◇창의력을 키워라=구글은 2004년 기업을 공개했다. 당시 페이지와 브린 공동창업자의 편지에 구글 혁신의 원동력으로 `20% 타임` 제도가 거론된다. 구글 직원은 업무 시간 중 20%를 업무와 무관한 일에 쓸 수 있다. 업무와 동떨어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새로운 프로젝트로 구현하는 제도다. 직원은 일주일에 하루 업무와 관계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실험을 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나의 일`이라는 주인의식을 갖는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직원은 제안서를 작성하고 간단한 심사를 거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승인 받은 직원은 자신이 리더가 돼 함께 할 동료를 모집하고 스스로 목표와 기간을 설정한다. 프로젝트는 상사와 동료에 공개하며 이들의 추천을 받아 포상한다.

구글의 핵심 서비스로 성장한 애드센스, 지메일, 구글 트랜짓, 구글 톡, 구글 뉴스 등 수많은 서비스가 20% 타임에서 나왔다. 애드센스는 500억달러(약 52조9900억원)가 넘는 구글 매출 중 25%를 차지하는 핵심 서비스로 성장했다. 지메일은 지난해 처음 마이크로소프트 핫메일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이메일 서비스가 됐다. 지도 역시 구글의 떠오르는 성장 엔진이다. 페이스북, 애플, 링크드인 등 실리콘 밸리 기업이 구글의 20% 타임을 앞다퉈 도입하며 기업 혁신을 꾀할 정도다.

◇검색 거인 모바일까지 접수=검색으로 시작한 구글은 창립 후 15년 만에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 절대 강자에 올랐다. 거대 인터넷 회사가 된 구글은 신생기업처럼 움직이며 혁신을 지속했다. 2007년 모바일 운용체계 `안드로이드` 개발을 본격화한 후 5년 만에 모바일 시장을 휩쓸었다. 구글은 세계인이 가장 많이 쓰는 검색, 메일, 지도 서비스를 보유했다.

구글은 지난 3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순익을 기록했다. 매출 148억9000만 달러, 순익 29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순익도 지난해보다 7억9000만달러나 늘었다. 구글은 3분기 검색 광고 유로 클릭 매출이 지난해보다 26%나 증가했다. 구글 주가는 3분기 실적 호조에 힘입어 사상 처음 주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 2004년 IPO 당시 공모가는 85달러였는데 1000% 넘게 올랐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구글 기업 개요

설립 1998년

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기업 공개 2004년 8월 19일

본사 캘리포니아 마운틴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