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카페 채팅 내용 들여다본다

네이버가 카페 회원 간 채팅 내용을 저장하고 이를 열람할 수 있게 했다. 인터넷 서비스 운영 업체가 사용자의 대화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어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약관을 개정, 카페 내 채팅 내용을 저장·보관하고 회원의 횡령이나 약관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분쟁 조정이나 민원 처리를 위해 이를 열람할 수 있게 했다. 새 약관은 19일 적용된다.

네이버는 “회원 간 분쟁 조정이나 민원 처리, 카페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때에 한해 이를 열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페 회원 간 상거래 등으로 생기는 분쟁이나 민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회원 간 직거래나 공동 구매, 카페 운영자의 상품 판매 등이 수시로 일어나는 네이버 카페에서는 멤버 사이 분쟁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원 간 사적 대화 내용을 저장하고 회사가 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놓고 사생활 침해 우려도 만만치 않다. 어떤 상황이 채팅 내용 열람이 필요한 때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네이버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회원 간 대화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인은 “어떤 상황에 대화 내용을 열람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운영사에 대화 내용을 보는 재량권을 주는 셈이라 통신 비밀이 지켜지지 않는 결과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채팅 내용 열람이라는 중대한 사용자 사생활 관련 사항을 결정하기에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설명이다.

개정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점도 문제다. 네이버 관계자는 “약관 동의 여부를 특별히 표시하지 않으면 30일 이후에 동의한 것으로 보아 개정 이용약관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새 약관에 동의하지 않을 때 회원 탈퇴를 요청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카페 이용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네이버 서비스 자체를 이용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폐쇄형 정보 서비스인 카페에서 채팅 분쟁을 처리하고자 대화를 저장하겠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라며 “채팅 내용 열람에 대한 약관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네이버 카페를 이용하는 길을 터놓고 일단 동의했더라도 추후 동의를 철회해 대화 내용을 저장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카페에 스팸성 광고가 늘어 신고 기능을 추가하면서 내용 확인 등을 위해 약관을 변경했다”며 “관련 정보제공은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만으로 국한했다”고 밝혔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