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스마트홈 확산, `표준`이 먼저다

스마트홈 시대, 표준이 먼저다

[이슈분석]스마트홈 확산, `표준`이 먼저다

“스마트홈은 통신·건설·가전·보안·콘텐츠·전력 등 다양한 산업이 참여하는 진정한 융합형 서비스다. 전세계 수많은 기업이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지목하며 뛰어들고 있다.”-표현명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장(KT 사장)

[이슈분석]스마트홈 확산, `표준`이 먼저다

“집안의 모든 기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이를 기반으로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홈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로 이 시대를 주도하겠다.”-최구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무

새해 스마트홈 시대가 본격 개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겨냥, 대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홈 시장 개척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시장 전망은 밝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장은 매년 35.5% 고성장세를 나타낸다. 올해 6조1000억원에서 내년 7조5000억원, 2015년에는 10조8000억원, 2016년에는 18조3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선결 과제가 있다. `표준`이다. 스마트홈은 수많은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돼야 빛을 발한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홈 구성요소를 세대전유부, 단지공유부, 응용서비스제공부, 사용자단말부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한다.

세대전유부는 입주자에게 홈오토메이션, 홈엔터테인먼트, 보안, 홈오피스, 에너지관리 등 가정 내에서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상 제품·장비로 정보가전제품, 월패드 그리고 세대망과 외부망을 연결하는 홈게이트웨이 등이다. 단지공용부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거단지가 해당된다. 장비 총괄 관리와 각 세대에 단지공용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지서버, 단지공용시스템, 네트워크 연결 장비 등이 투입된다. 응용서비스는 차세대 성장동력원들이다. 클라우드 서버, 통합플랫폼 서버, 웹서버 등으로 원격진료, 원격교육, 공공행정 등 다양한 응용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단말부는 이들 각 부문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휴대폰·스마트폰·태블릿PC 등 휴대용 단말기로 구성되며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입주자가 스마트홈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이용한다.

이 처럼 스마트홈에 투입되는 기기·제품·서비스는 광범위하다. 이들이 서로 호환돼 돌아가는 상호연동성이 확보돼야 한다. 윤기권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는 “표준이 없으면 A사 제품을 사용하다가 B사 제품으로 바꿨더니 다른 제품·서비스와 호환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표준에 맞춰 업계가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우리 업계에선 표준 도출을 위한 움직임이 부족했다. 단적인 예로 글로벌 기업인 삼성·LG전자의 다른 행보를 꼬집지 않을 수 없다. 연구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는 산업계가 자연스럽게 스마트홈 상호연동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지만 우리나라는 삼성·LG전자가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어 이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TV다. 양사는 세계 TV시장 1·2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운영체제(OS)에서는 좀체 연결점을 찾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리눅스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OS에 새해에는 타이젠 OS를 채택한 TV를 공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자체 OS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그리고 HP로부터 인수한 웹OS 세가지를 선택했다.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OS에서 양사가 다른 플랫폼을 채택한 셈이다.

글로벌 스마트홈 컨소시엄 구성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 개발연합체인 `키비콘`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LG전자는 키비콘에 참여하지 않는 시스코·보쉬·ABB 등과 유사한 연합체를 만들었다.

문제는 두 회사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시장 크게는 한국 스마트홈 산업에 미칠 영향이다. 글로벌 시장의 경우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양사가 각기 다른 진영에서 활동을 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내는 다른 얘기다.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양사가 각기 다른 길을 걸으면 참여하는 산업계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는 산업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스마트홈 국제경쟁력 지수에서 표준화가 가장 낮다. 서비스 애플리케이션(54.8) 연구개발(53.9) 특허(52.4) 등 조사대상 4개 항목 가운데 표준화(47.0)만이 50을 밑돌았다.

해법은 하나다. 서로 벽을 허물고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 표현명 회장은 “스마트홈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개발한 기술과 서비스가 서로 만나서 엮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정부가 스마트홈 구성 기기 간 상호연동성 확보를 위한 인증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새해 초에 스마트홈 기기 인증기관을 선정한다. 인증기관으로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유력하다. 인증된 제품은 소비자가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호환성 테스트를 거친다. 이광근 스마트홈산업협회 연구표준팀장은 “소비자는 인증마크를 통해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산업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기업 모두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인증제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호환성 테스트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됨에도 산업계는 인증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 인증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