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의 미디어 공명 읽기]<1>1935년 트위터

[이재현의 미디어 공명 읽기]<1>1935년 트위터

디지털 기술 발달로 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는 물론이고 오디오 책, 가상현실 등 콘텐츠, 태블릿PC, 스타일러스 펜 등 디바이스까지 이전에 없던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 시대가 처음 만들어낸 것일까. 새로 시작하는 연재물 `이재현의 미디어 공명 읽기`는 대중화된 미디어와 `공명(Resonance)`하는 과거 미디어를 발굴하고 숨은 맥락을 찾으려는 시도다.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직접 인과관계가 없는 두 가지 미디어(이벤트)를 연계해 인간 본연의 발상이 주는 놀라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필자인 이재현 교수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로 인터넷·모바일 미디어 등 디지털 미디어, 디지털 문화, 소프트웨어 연구, 미디어 수용자 조사분석이 주된 연구 분야다. 서울대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KBS와 충남대학교에 재직했다. 한국언론학회 이사와 기획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인터넷과 사이버 사회` `멀티미디어와 디지털 세계` `모바일 미디어와 모바일 사회` 등이 있고, 역서로 `재매개` `뉴미디어 백과사전` 등이, 편저로 `트위터란 무엇인가` `컨버전스와 다중 미디어 이용`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이 있다.

1935년에 트위터가 있었다.

[이재현의 미디어 공명 읽기]<1>1935년 트위터

그렇다! `알림이 Notificator`라는 이름의 기계장치가 영국 런던에 등장해 유료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작은 받침대 위에 놓인 장치에는 석 줄로 된 연속적인 종이 띠가 있는데, 종이에 간략한 메시지를 쓴 후 동전을 넣으면 종이 띠가 유리패널 안쪽으로 올라가며 대략 두 시간 정도 노출된다. 메시지가 띠를 따라 올라가는 모습은 흡사 트위터 타임라인과 비슷하다.

로봇 알림이가 친구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는 점도 트위터와 비슷하다. 지인과 약속을 잡거나 취소하는 일, 또는 무엇인가 긴한 정보나 소식을 전달하는 일을 더 많이 했을 것 같지만 트위터 용도가 뉴스나 소식의 전달보다는 신변잡기를 나누는 사례도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특이한 것도 아니다.

길거리·가게·기차역 등 공공장소에 설치되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었다는 점은 트위터 메시지의 공적 성격과 일맥상통한다. `사적 메시지의 공적 게시`는 알림이와 트위터를 한데 묶어주는 가장 뚜렷한 공통점이다.

트위터처럼 이것도 팔로, 즉 구독을 했을까.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 부근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만나지 못한 사람은 자신에게 보낸 `쪽지`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을 했을 것이다. 공적 공간에 설치되어 있어 그곳을 자주 지나가는 사람이나 이것을 이용한 적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멘션`하는 메시지가 있는지 훑어보고 갔으리라!

이런 가정도 가능할 듯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정기적으로 메시지를 올리는데 그 내용이 풍자적이어서 흥미를 끌거나 특정한 주제의 메시지를 연재하면 그 메시지를 읽기 위해 그곳을 찾는 구독자, 즉 열성적 팔로어도 있었을지 모른다. 이렇게 원래는 친구가 아닌 사람을 팔로하게 되면서 `온라인` 친구 관계가 맺어지게 되었을 것이다.

이 장치가 친구 사이에서 좋은 일, 급한 일만 처리해 주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곳에 사실을 왜곡하는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킨 일도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신문이나 믿을 만한 소식통이 한 이야기처럼 시민을 선동하는 글이 게시되었을 수도 있다.

두 시간 정도의 노출 시간은 순식간에 트윗들이 밀고 올라오는 트위터에 비하면 무척 긴 시간이다. 물론 종이 띠가 넘어가 지나가버린 메시지를 다시 되돌려 볼 수는 없지만, 어차피 트윗도 타임라인에서 사라지면 결국 보게 되지 않는 점은 마찬가지다. 1935년과 2006년 각각 등장한 알림이와 트위터가 70여년 시간을 넘어 이렇게 공명하고 있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leej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