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취임 초읽기…`유선통신·해외사업` 메스 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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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 내정자의 정식 취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그의 첫 번째 개혁 드라이브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KT 안팎에서는 한계에 직면한 유선통신과 해외 사업이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황 내정자는 현재 외부 접촉을 차단해 KT 임직원들도 의중을 알기 힘든 상태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을 이끈 그의 경영 경력과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계 사업에 대한 대수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두 사업은 이석채 전 회장의 의지가 가장 강력하게 반영된 사업으로 꼽힌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취임하자마자 유·무선통신 분야 시너지를 위해 KTF와 합병을 추진, 6월 성사시킨 바 있다. 르완다 해외 사업 프로젝트는 퇴임 직전까지 직접 진두지휘했다.

◇매출·수익성 `동반하락` 유선통신 손대나하지만 합병 이후 유선통신 사업은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무선통신 분야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가입자가 줄고 있는 유선전화뿐만 아니라 초고속인터넷·IPTV도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며 악영향을 주고 있다.

IPTV를 제외한 KT의 유선사업 매출은 지난 2011년 3분기 1조5337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조462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유선전화 매출은 이 기간 분기당 9464억원에서 7172억원으로 급감했다. 초고속인터넷 역시 4831억원에서 4428억원으로 감소 추세다. 가입자가 772만명이던 2년 전에 비해 작년 3분기 804만명으로 늘어났음에도 매출이 주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IPTV(위성 결합 포함)만 가입자 수가 490만명에서 667만명으로 대폭 늘어난 데 힘입어 매출을 793억원에서 3029억원으로 늘렸다.

매출 감소보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경쟁에 따른 가격 하락과 결합상품 할인 증가, 재전송료 등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데 반해 한국통신 시절의 방대한 유선 영업망 조직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고 있다. KT의 유선사업만 따로 떼어놓고 가정할 경우 적자규모가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선 분야는 대부분 기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오랫동안 가장 큰 규모로 사업을 영위해 온 KT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이동통신에서 번 돈으로 유선통신 적자를 보전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경영 효율성과 수익성에 방점을 둔 삼성전자 출신의 황 내정자는 유선 분야의 이러한 만성 적자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과 영업망 정비, 원가 절감 조치 등을 취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한 해 동반 부진을 면치 못했던 LTE사업 반격을 위해서는 가용자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리한 해외 프로젝트도 재정비 가능성

르완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도 유력한 수술 대상으로 꼽힌다. 이 전 회장이 지난 2012년 말 르완다 정부에 LTE 망 구축을 제안하면서 시작한 르완다 프로젝트는 KT가 25년간 LTE망 도매업(도매 불발 시 소매 가능) 독점 조건으로 총 2700억원의 전체 투자 규모 중 1500억원을 내기로 한 것이 골자다. 이 전 회장 퇴임 직전 현지 대통령과 만나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KT 내부에서부터 `지나치게 무리한 사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에는 아프리카 대륙 1위 통신업체인 MTN을 비롯해 3개 이통사가 전 국민 절반 이상에 2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LTE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은 이통사의 의지에 달렸는 데 적정한 가격으로 KT 망을 도매로 구입하며 LTE로 전환하려는 이통사가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LTE 수요를 견인할 단말기나 콘텐츠 서비스 등의 보급도 전무한 실정이다.

단기 실적을 위한 무리한 추진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KT 내부 한 관계자는 “르완다 정부에서 공공분야 ICT 예산 1000억원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3년 내 전국망 구축을 약속했는 데 예산 집행이 정상적으로 되더라도 수익성이 낮다”며 “단기성과를 위해 LTE 망 구축 계획을 무리하게 앞당겨 더 큰 손해를 가져올 위험을 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전 회장이 `이웃 동아프리카공동체(EAC) 4개국으로 확대`를 공언했지만 EAC가 단일 경제권역이 아닌데다 군사 쿠데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불안정한 정책결정구조를 가진 단체여서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업계는 황 내정자가 이러한 해외 사업을 재정비하고 일부 사업에 대해선 전격 철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KT에 정통한 관계자는 “황 내정자가 내정 소감으로 글로벌 성공 추진을 밝힌 만큼, 꼼꼼히 들여다보고 낭비요소를 제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 회장이 영입한 대표적 외부 인사인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김홍진 G&E 부문장 등이 주도했다는 점도 정리 대상으로 꼽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KT 유선사업 분야별 실적 추이(단위:억원)

황창규, 취임 초읽기…`유선통신·해외사업` 메스 대나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