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한국HP, 대규모 구조조정 진행…한국 사업 축소하나

대표적인 다국적 IT기업인 한국IBM과 한국HP가 지속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한국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하드웨어(HW)와 IT서비스 사업 부진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 모두 국내 진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는 분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IBM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직개편을 단행,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본사가 세계적으로 5000명 추가 인력 감축을 발표한 한국HP도 상반기 중 추가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1967년 설립돼 국내 다국적 IT기업의 맏형 노릇을 해온 한국IBM은 2011년부터 소규모로 인력을 감축하기 시작했다. 이후 현 대표인 셜리 위 추이 사장이 부임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인력 감축이 이뤄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GBS와 GTS 조직에서 많은 인력이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며 “한국IBM은 빈자리를 채우지 않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태다. 과거 IT서비스와 IT아웃소싱 사업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이었다면 올해는 HW사업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이다. 한국IBM은 메인프레임사업부를 유닉스사업부와 통합하고 퓨어플렉스사업부와 x86사업부를 통합하는 조직개편에 착수했다. 조직 통합으로 상당수 인력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IBM은 최근 내부 직원에게 조직개편안을 통보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최근 몇 년간 HW사업의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해 조직 간소화를 위해 추진한다.

최대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고객인 국민은행도 올해 다운사이징을 진행하고 있어 한국IBM의 HW와 아웃소싱 인력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한국IBM과 맺은 1500억원 규모의 OIO 계약을 해지, 상반기 중 유닉스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에 대해 한국IBM은 “조직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IBM의 의견을 공유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HP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최근 HP 본사는 지난 2012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한 이후 올해도 추가로 5000명을 감원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2012년부터 총 감원인원은 3만4000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세계 임직원 33만명의 10% 규모다.

한국HP도 벗어나기 어렵다. 상당수 구조조정 인원이 옛 EDS 인력인 서비스 조직에서 이뤄진다 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HW 실적이 부진해 인원감축 대상 범위는 넓어질 수 있다. 지난해 이미 조기희망 퇴직프로그램을 가동, 인원감축을 실시했다. 지난해 초 1200명의 한국HP 인력은 현재 1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한국HP 고위관계자는 “본사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은 옛 EDS 영역인 서비스 부분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서비스 인력이 많지 않아 큰 규모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