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끝나지 않았다"…퍼블릭망, 수출 등 효용 가치 재부각

국가재난안전망 사업의 예산 산정 오류를 계기로 와이브로 산업 경제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재난망과 같은 공공 네트워크(퍼블릭망)로 활용 가능성이 높은데다 해외 틈새시장(니치마켓) 공략에서도 효용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향후 LTE-TDD와 호환된다면 5세대(G) 이동통신에서 그 효용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중소 전문기업들의 꾸준한 기술 개발로 와이브로 솔루션의 완성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이어서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와이브로 부품 제조사들이 와이브로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기술 진화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이브로 칩, 무선(RF), 서버, 모뎀 등에서 중소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더라도 GCT(칩), 유캐스트(시스템), 쏠리드(RF), 사이버텔브릿지(서버), 주니 등 업체가 수출은 물론이고 국방망 등 국책 사업에 활발히 참여 중이다.

와이브로는 순수 국내기술로 4세대(G) 이동통신 기술을 확보한 사례로 꼽힌다. 롱텀에벌루션(LTE)의 급격한 확산에 밀려 빛을 잃었지만 시분할방식(TDD) 이동통신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와이브로 진화 전략을 기술 표준화, 해외 시장 개척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문위원은 “우리나라는 공군, 해군 등 이미 와이브로 기술을 도입한 곳은 물론이고 차세대전술정보통신체계(TICN) 같은 차세대 국방망에서 와이브로 쓰임새를 확보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기술 진화를 거듭하면 LTE로 눈이 쏠린 시기에 조용하게 5G 등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화 이슈를 선점하며 실리를 챙길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브로가 LTE-TDD 등과 핵심 기술을 공유하는 만큼 다음 세대 이동통신을 위한 원천기술과 표준을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에서는 해외 브로드밴드, 공공망 시장이 타깃으로 꼽힌다. 전체 시스템을 국산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만큼 동남아, 아프리카 등 아직 인터넷 인프라가 활발하지 않은 곳에 진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지난 2011년부터 아프리카, 동남아, 일본을 중심으로 꾸준히 와이브로를 수출해왔다.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아프리카와 싱가포르에 와이브로로 수십억원 규모 브로드밴드 망을 수출했고 올해 1월에도 일본 미마타초 등에 와이브로 재난망 솔루션 공급 실적을 기록했다.

김재형 유캐스트 사장은 “저개발 국가 브로드밴드 사업을 타깃으로 수출 전략을 짜는 중”이라며 “고속 인터넷 요구가 충만하지만 광케이블을 깔 수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열려 진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연구개발(R&D)과 사업화 등 국가 지원도 범정부 차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식경제부는 2012년 `4세대 이동통신(WiBro-Advanced) 장비산업 기술경쟁력 확보 방안`이라는 명칭으로 2015년 글로벌 장비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2014년 현재 정부 차원 발전전략은 사실상 시곗바늘이 멈춘 상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와이브로에 이어 2.5㎓ 주파수를 LTE-TDD에 개방하며 사실상 와이브로 출구 전략에 나섰다. 그렇지만 정부 역시 와이브로가 퍼블릭 망이나 수출 등 틈새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데 공감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사업자나 서비스 기술 추세에 맞춰 다양한 도입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기본 정책 방향”이라며 “기술방식이 LTE와 확연히 차이 나지 않고 재난, 국방 등 특수목적용으로 활용도가 커 개별 사업 진행 시 지원을 기초로 발전전략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