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네이버 모바일에 상품 DB 공급 재개···`백기투항`

오픈마켓 11번가가 네이버 모바일 지식쇼핑에 상품 데이터베이스(DB) 공급을 전격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네이버가 추진하는 모바일 플랫폼 제휴 수수료 부과 정책에 반발해 상품 DB를 전면 철수 한지 불과 반 년만이다. 인터파크에 이어 11번가까지 네이버에 백기투항하면서 네이버 모바일 쇼핑 플랫폼을 중심으로 오픈마켓 업계의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온라인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 20일부터 네이버에 모바일 상품 DB를 다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인터파크가 배송상품 판매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4사 가운데 가장 먼저 네이버에 재입점 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네이버는 오픈마켓 4사가 모바일 상품 DB를 철수한다고 선언한 이후 데이터 선별 작업을 거쳐 G마켓, 옥션 등 비제휴 업체 상품은 지식쇼핑 화면에 노출하지 않고 있다.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해당 업체 앱이나 PC 웹에 접속하는 방법 밖에 없다. 11번가는 지난주부터 소비자가 네이버 앱을 거쳐 곧바로 상품 선택 및 결제 화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11번가는 그동안 네이버 모바일 재입점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포털에서 상품을 검색해 오픈마켓으로 이동하는 소비자가 많은 PC 웹과 달리 모바일 플랫폼은 개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고객을 끌어 들일 수 있어 포털 의존도가 적기 때문이다. 실제 11번가는 지난해 모바일 쇼핑 환경에 최적화한 하이브리드 앱과 큐레이션 서비스를 앞세워 업계 최초로 모바일 누적 거래액 7000억원을 돌파했다.

업계는 11번가의 이번 행보가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라는 대형 유통 채널을 다시 확보해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한다. 회사가 올해 모바일 거래액 목표를 1조원으로 세운 가운데 G마켓, 옥션 등 이베이코리아 계열 경쟁사의 월 모바일 거래액 비중이 20%를 넘기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급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소셜커머스를 견제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은 평균 50%를 웃도는 모바일 거래액 비중을 기록하며 모바일 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업계 수위를 다투는 경쟁사는 물론이고 신생 유통 채널 소셜커머스까지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면서 11번가는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는 대책으로 네이버를 선택한 것”이라며 “네이버에 제휴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상품 DB를 다시 공급해 대형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 고위 관계자는 “상품 가격을 포털에서 검색·비교해 접속하는 소비자가 많은 오픈마켓 업태에 따라 쇼핑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네이버 모바일에 재입점을 결정했다”며 “오픈마켓과 포털이 모바일 커머스에서 수행하는 각자 역할을 재설정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